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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북한은 지난해 12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일종의 외국 문물 금지법을 만들었다. 외국 문화가 유입되면 국민 저항 의식이 형성될까 우려해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외국 문물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한국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 시청자는 징역 15년, 남조선 말투나 창법을 쓰면 징역 2년.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외국 헤어스타일, 옷차림, 말투 등을 ‘위험한 독약’으로 지칭하면서 이를 엄하게 통제하라고 지시했으니 최근 단속의 고삐를 더 죈다고 한다.

 

2007년 북한의 대학생들 사이에 남한 말투와 옷차림이 유행해 이를 집중 단속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XX동무', 'XX동지'라고 불러야 하는데 이름을 부르거나 '자기야'라고 하며 함흥, 평성, 평양, 신의주 등 주요 도시에서 한국식 바지와 중국식 바지가 유행했다. 평양 김형직 사범대학의 한 여자 교수가 수업 중 한국 말씨로 이야기를 하다 교원 자격까지 박탈당했다
남한 말씨를 쓰면 일단 남한 드라마를 보고 배웠다고 판단하고 잡아다가 조사한다. 2007년에는 CD, DVD, 녹화기 등이 유행했는데 중국에서 많이 들어와 값이 싸 북한 주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남한 드라마를 많이 본 결과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로 한국 방송을 쉽게 보게 되니 한국식 말투를 흉내 내는 게 인기라고 한다. 한국 텔레비전 방송의 주파수가 잡히는 지역에서는 특히 더 유행한다고. 그러다 보니 군사분계선 지역 북한 군대에서도 젊은 군인들이 한국 말투를 따라하는데 이런, 적국의 말투를 따라하다니... 남조선을 '대한민국', '한국'이라 부르니 공화국남반부'로 불러야 한다고 상부에서 확실히 알렸다고 한다.
살펴보니 15년 전에는 연인을 ‘XX동무’, ‘XX동지’ 대신 '자기야'라고 불러서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는 남편을 '여보'라고 부르지 않고 '오빠'라고 부르는 게 문제다.

 

북한이 '혁명의 원수'라고 하는 비사회주의 행동을 하는 연령대 중 80%가 10대부터 30대다. 소위 'MZ세대'다. 밀레니얼(Millennials)의 M과 제네레이션(Generation)의 Z가 합쳐진 것으로 M세대는 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Z세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이들은 ‘우리’를 중시하기보다는 자기애가 더 강하다. 자신이 좋아하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MZ세대에서 발생한 트렌드가 사회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데 1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 청년들은 그들 사이에서 나타난 비사회주의 현상을 문제점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어려운 시기에 정작 중요한 생존의 문제와 관계없는 것들로 괜히 단속만 한다고 불평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겉으로 아무리 단속을 강하게 해도 남한식 문화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낱 말투와 헤어스타일에 불과한데 그 속에 저항과 동경, 꿈과 가치관이 모두 담겨있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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