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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이 글은 2년 전에 쓴 단상이다. 제목은 <한인사회에 피는 온정 "나는 괜찮아요, 당신 먼저">였다. 요즘 교육기금 문제를 보면서 더 어려웠던 시절 영국 한인사회는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더 온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에둘러 얘기한다. 좀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괜찮아요, 당신 먼저"는 대만 정부가 마스크 구매 제한을 하면서 국민에게 호소했던 캠페인이다. 그러다가 이제는 우울한 코로나19 세상에서 꼭 필요한 배려와 희생정신을 대변하는 표현이 됐다. 이 말이 이곳 영국의 한인사회에도 퍼지고 있어 기쁘고 반갑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영국 한인들의 온정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코로나19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 오니 꽃 피듯 코로나의 동토에 한인동포들의 온정이 훈풍을 만든다. 70세 이상 노인들 통행 금지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위해 자원봉사대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알려주면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주고 반찬 등 음식도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무척 고마운데 이들에게 힘을 보태겠다는 연락도 줄을 잇는다고 한다. 
영국 정부의 조치로 문을 닫은 노인회관은 물건을 팔 수 없어 운영이 어렵게 됐다. 당장 임대료를 마련하기도 힘들어지자 십시일반으로 돕겠다는 이들이 나왔다. 적은 금액이지만 정성이 가득한 지원이 이어진다. 큰돈보다 더 귀한 돈이 모여 노인회관을 지탱한다.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선행을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몇 주간 노인회관은 어느 독지가가 기증한 고기를 판매해 운영에 보탰다. 요식업협회 어느 회원은 필요한 노인분이 가져가라며 노인회 냉장고에 포장된 음식물을 수북이 넣어둔다.       
마스크 대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스크가 귀한 곳이 영국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겠다며 한인 노인회관에 수백 개를 두고 갔다. 뉴몰든의 어느 여행사는 60세 이상이면 매주 두 장씩 마스크를 나눠주며 물량이 많지 않아 충분히 못 드린다고 오히려 미안해한다. 뉴몰든 어딘가에서 현지인들이 몸싸움해가며 마스크를 싹쓸이해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한인사회는 이렇게 선뜻 내놓는 이들이 있다. 어느 한인여성단체는 재활용 할 수 있는 마스크를 회원들이 손수 만들어 기증했다. 행여나 이 시국에 마스크로 이익 좀 보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한인사회의 정은 참 이상하게 보일 게다.   
정부 시책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금은 좀 떨어져 지내야 할 시기. 그렇다고 온정까지 거리를 두는 건 아니다. '나는 괜찮아요, 당신 먼저'라는 말은 '나는 괜찮아요, 꼭 필요한 사람 먼저'라는 뜻.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 힘든 사람을 배려하는 곳이 사람 사는 곳이요, 그곳이 바로 사회요, 공동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행복바이러스로 물리치는 방법을 아는 이들이 사는 곳. 봄바람처럼 훈훈한 소식이 있는 여기는 런던 한인사회다. 

 

그래, 그 힘들던 2년 전 봄에도 영국 한인사회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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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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