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던 게 안 보인다
안 보인다, 보이던 것이 안 보인다
책이며 옷이며 신발이며 가방이며
다 있는데
너만 안 보이고 다 있다
너만 없고 다 있다
들린다
아악, 아 아악, 누르지 마세요.
아빠 살려주세요, 엄마 살려주세요.
깔려 죽을 것 같아요. 꺼내 주세요.
제발 빨리 출동해주세요.
숨이 막혀요. 제발 제 손을 잡아주세요.
안 보인다
어제까지 보이던 니가 안 보인다
없다, 없다, 없다,
너는 없는데 저것들은 다 있다
제발 대답 좀 해보라
몸은 어디로 가고 신발만 돌아온 나라여,
이태원 慘事 추모시
김수상 '너만 없고 다 있다' 중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은 영국 한인사회도 같았다. 한인회는 합동분향소를 마련했고 김숙희 한인회장은 국화 한 송이씩을 일일이 건네주며 한국인, 영국인 추모객들을 맞았다. 한인종합회관 합동분향소의 모습은 한인헤럴드 1면에 간략하게 소개했다. 헌화한 조화도 추모의 마음도 다 맑았다.
그런데 고국에서 들려온 말들은 맑지만은 않앗다. 추모의 마음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에 어떤 말을 더하랴. 참사를 표현하는 용어조차 제한하는 이들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것을 내가 장황하게 세세히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겠지.
참사 이틀 만에 작성된 경찰청 기밀 민간 사찰 보고서, 유가족들이 뭉쳐 정치화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 국민의 애도가 분노로 번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헌법 제32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촛불이 다시 거리를 밝혔다. "진상을 밝히는 것이 진정한 추모다", "우리의 추모는 이제부터다"
시민 김의곤 씨가 쓴 시다. 추모의 마음으로 옮겨본다.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이태원 173-7
그 좁은 골목길에
꽃조차도 놓지마라
꽃들 포개지도 마라
겹겹이 눌러오는 공포 속에서
뒤로...뒤로...뒤로...
꺼져가는 의식으로 붙들고 있었을
너의 마지막 절규에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꽃조차도 미안하구나
얼마나 무서웠겠니 그 밤
얼마나 원통했겠니 그 순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을 두고
마지막까지 안간 힘으로 버티며
살갗을 파고 들었을 네 손톱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구나
304명 생때같은 아이들
하늘의 별로 떠나 보낸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시 너희들을 허망한 죽음으로 내몬
어른들의 안일과 무책임이 부끄러워
이젠 슬픔조차도 변명마저도 차마
드러내 보일 수가 없구나
그 골목에 아무 것도 놓지마라!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마라!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반성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그리하여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참담한 부끄러움에 울고있는 우리를......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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