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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hherald 2022.07.11 16:54 조회 수 : 4611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민주화운동을 처음 체계적으로 기록한 책 제목인데 문병란 시인의 1982년 작품 '부활의 노래'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주인공들인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윤상원과 야학 운동을 하다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문병란 시인은 장시 長詩를 바쳤다. 이 시의 1연에 이렇게 있다. <돌아오는구나 / 돌아오는구나 / 그대들의 꽃다운 혼, / 못다한 사랑 못다한 꿈을 안고 /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부활의 노래로 / 맑은 사랑의 노래로 / 정녕 그대들 다시 돌아오는구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1985년 처음 출간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자 5.18의 진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며 날개 단 듯 팔렸다. 그런데 5.18의 가해자인 전두환 신군부가 집권하고 있던 시절이라 제본소에 맡긴 1만여 권이 압수되는 것을 시작으로 압수되고 저자들이 구속되는 등 수난을 겪으며 금서로 지정된다. 그러자 이 책은 지하에서 유통되며 대학가 서점에서 소리소문없이 팔려나가는 '지하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이 책은 5.18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대학생, 사회운동가 등 10명이 1981년부터 4년 간 모은 자료를 토대로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집필을 주도했다. 흔히 황석영을 저자로 알고 있는데 '광주의 이름 없는 청년들'이 집필자라고 해야 한다. 작가 황석영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왔는데 유명 작가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극심한 감시와 억압을 피하기 위한 묘책이었고 황석영은 '광주의 이름 없는 청년들'의 방패막이가 됐다. 

첫 책이 나온 지 32년 만인 2017년에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황석영과 함께 '광주의 이름 없는 청년들'이었던 이제의, 전용호 씨 등이 공동 저저로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의 영문 번역본이 지난 5월 영국에서 나왔다. 영국 출판사 베서우가 이 책을 영어로 옮긴 '광주 봉기,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반란'(Gwangju Uprising The Rebellion for Democracy in South Korea)을 펴냈다. 출판사는 "5·18민주화운동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길을 닦은 사건"이라며 "동아시아 현대사와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투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료"라고 소개했다.

 

5·18 관련자와 단체들은 이번 출간을 기뻐하며 해외 인터넷 시장을 통해 5·18 왜곡 서적들이 버젓이 유포되는 상황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문 번역본은 5·18의 진실을 알릴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5·18 광주민중항쟁은 관련 기록물은 영국의 대헌장, 프랑스혁명의 인권선언 등과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엄 촘스키는 "광주항쟁은 혹독한 독재정권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풍요로운 민주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한국인들이 용감하게 투쟁의 발걸음을 내디딘 사건이다. 이 투쟁은 자유와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세계 모든 사람에게 강한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알고 반드시 기억하는 것이 교훈이다. 이번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영문판이 이곳 영국에 사는 우리 2세들에도 그런 교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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