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 파란 고래 풍선이 시민들의 바다를 헤엄치고 다녔다. 많은 이가 <촛불의 바다를 유영하는 파란 고래>라고 표현했다. 고래 풍선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고래를 타고 가족 곁으로 돌아오길 염원하는 의미를 담아 세월호 관련 단체들이 제작한 '세월호 고래'다. 파란 고래의 등 위에는 노란 배와 함께 세월호 아이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고래의 꼬리에는 세월호 애도의 상징인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그렇듯 바닷속 아이들이 고래 등을 타고 살아 돌아와 부모와 만나는 바람을 담은 세월호 고래는 촛불의 바다, 시민의 바다를 헤엄치고 다녔다.
세월호를 잊지 않은 시민들이 고래로 유가족을 위로하려 아이들이 고래 등을 타고 살아 돌아와 부모와 만난다는 이번 촛불집회의 한 이벤트를 만들었는 데 그렇다고 고래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이 그냥 뚝 떨어진 얘기는 아니다. 프랑스에서 돌고래 네 마리가 어선을 구했다는데 배를 30분 동안 떠받쳐 안전한 데로 밀어내고 먼바다로 헤엄쳐 갔다는 얘기가 전한다. 비슷한 얘기가 한국에도 있는데 흑산도 함안 박 씨 집안은 고래 고기를 먹지 않는다. 130년 전 이 집안 선조가 고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데 돛단배를 등에 업어 흑산도 모래미까지 데려다줬다고 한다.
고래는 모성이 지극한 동물이다. 포경선에서 새끼 고래를 쏘면 어미 고래는 도망가지 않고 새끼 주변을 머문다. 이때 어미 고래를 공격해 잡는다. 지금은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고래를 잡는 것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포경선원들은 과거 그렇게 큰 고래를 잡았다. 고래 중 범고래 새끼 수컷은 마마보이로 평생 어미 곁에 맴돈다고 한다. 향유고래는 깊은 바다로 먹이를 찾아 떠날 때 새끼고래를 포경선이나 상어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몇몇 어미 고래를 남겨두고 간다. 70살 수명에 13살까지 젖을 물리다 보니 고래를 모성의 상징이라 부를 만 하다.
고래가 인간의 문화에 가까운 지능적인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건 학계에서 자주 발표되곤 하지만 모성과 관련된 얘기로 영일만 지역에 고래가 많이 몰려오는 것은 이곳에 와서 해산 解産 을 하고 조혈 造血 과 젖 생산을 돕는 미역을 먹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다. 동해 영일만 일대에 예로부터 고래가 많았던 것은 울산 암각화에 잘 나타나 있고 정약전이 자산어보 玆山魚譜 에서 고래를 가리켜 고래로부터 우리와 함께 있었던 물고기라는 뜻으로 고래어 古來魚 라고 한 것에서 명확히 드러난다고. 그래서 <한민족 최초의 가축은 고래였고 영일만은 한민족이 고래를 사육했던 현장>이었다고 주장한다. 한민족이 고래를 가축으로 키웠다니까 하는 얘긴데 삼국유사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에 <바위 같은 물고기가 연오랑을 싣고 일본으로 가버렸다>는데 '바위 같은 물고기'는 고래요, 연오랑은 고래와 소통하던, 또는 사육하던 사람이었을까.
박근혜 정부가 철저히 외면했던 세월호 유족들이 최근 촛불집회를 통해, 파란 고래 풍선을 통해 다시 힘을 얻는다. 세월호의 아이들을 잊지 않았음이 유족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고래를 타고 가족 곁으로 돌아올 수 없지만 분명 저 하늘에서 이 촛불집회를 지켜볼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 눈동자를 생각하며 모성의 상징인 고래 풍선을 보니 또 가슴이 먹먹하다. 촛불의 바다, 시민의 바다를 헤엄치고 다니는 파란 고래 풍선이 전하는 메시지가 들린다. "세월호 뒤에 우리 시민이 있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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