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관광을 하면 가이드에게 "이곳이 이런 사업의 중심지로 부흥하게 된 것은 베니토 무솔리니의..." 라는 설명을 자주 듣는다.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는 선박 제조 중심지, 어느 도시는 자동차 생산 중심지 등으로 만든 이가 무솔리니인데 이탈리아 최초의 고속도로도 그가 만들었다. 토목과 건축으로 이탈리아를 바꿔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독재자답게 자기 뜻대로 밀어붙였는데 이탈리아의 경제를 부흥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지금 우리가 관광하는 로마의 대부분이 무솔리니 집권 시절에 발굴한 것이다. 그의 집권 모토는 로마 제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것이었다. (무솔리니는 지중해를 로마 제국 시절의 명칭인 라틴어 마레 노스트룸 Mare nostrum-우리의 바다-로, 군대의 사단 Divisione을 군단 Legione으로, 이탈리아를 '신 로마 제국'이라 불렀다) 그래서 로마 시대의 유적을 대대적으로 발굴했다. 유적을 발굴하려면 당시에 있던 건물을 철거해야 했는데 독재자답게 거리낌이 없었다.
무솔리니는 1922년부터 1943년까지 집권하는 동안 로마의 ‘빌라 토르로니아’라는 저택에 주로 살았는데 19세기 로마의 귀족 가문인 토를로니아가에서 지은 대저택이다. 이곳에서 무솔리니는 부인, 자녀 등과 함께 살며 화려한 생활을 즐겼다고 하는데 1940년 2차 대전 발발 후 이 빌라의 포도주 저장고를 방공호로 개조해 생활했다. 현재 로마시가 소유한 이 빌라를 일반인과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곳에서 무솔리니의 환생을 상상한 코믹 영화 '소노 토르나토'(Sono Tornato·내가 돌아왔다) 시사회를 했다.
그는 결국 히틀러와 가까워지고 나치의 뉘른베르크법을 모델로 이탈리아 시민과 유대인 분리를 골자로 하는 '인종법'을 만들어 유대인을 학대한다. 시민권을 제한하고 그들의 책을 금지했다. 유대인은 공직에 있을 수 없고 대학을 다닐 수 없었다. 이탈리아인은 아리안 인종이라 그들과 구분돼야 한다며 결혼은 물론 성적 관계조차 금지했다. 결국 유대인의 자산을 박탈하고 여행을 제한하고 정치범으로 취급했다.
며칠 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대인 대학살을 기억하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로마에 건립한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멜로니 총리는 과거 무솔리니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으며 별명도 '여자 무솔리니'로 불려 이탈리아에 친파시즘 정서를 불러올까 우려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멜로니 총리는 최근 무솔리니와 선긋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인데 마침 기념관을 무솔리니의 저택 ‘빌라 토르로니아’ 근처에 건립하기로 해 더 주목된다.
반(反)이민, 반(反)난민 정서와 결합한 극우 파시스트 철학에 동조하는 목소리 커져가는 이탈리아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아 이번 결정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파시즘에 대한 향수 鄕愁는 어리석은 향수요, 사실은 향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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