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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국산産 곰돌이 푸의 집에서 하룻밤

hherald 2021.09.27 16:48 조회 수 : 4638

빨간 셔츠를 입고 바지는 입지 않은 노란색 곰, 곰돌이 푸는 원래 영국산産이다. 1977년 미국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노란색 곰으로 알고 있지만 백 년 전 영국 작가 A. A. 밀른이 아들에게 읽어줄 자장가 동화로 만들 당시에는 실제 모델이 있는 곰이었다.
원작 동화의 제목이 위니더푸 Winnie the Pooh, 원래 이름이 '위니'다. 이 이름은 런던 동물원에 있던 캐나다산 흑곰에서 나왔다. 캐나다 해군이었다고도 하고 수의사였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캐나다인이 기르던 곰을 런던 동물원에 기증했다. 곰의 이름을 자신의 고향인 캐나다 도시 위니펙에서 따서 위니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곰을 작가 밀른의 아들이 워낙 좋아해 아들이 갖고 있던 테디 베어에 위니라는 이름을 붙이고 위니의 동물 친구들 -호랑이, 말, 돼지 등을 늘려나갔다. 1922년 친구에게 삽화를 부탁해 동화책을 만든 것이다.
푸는 팔이 짧고 뻣뻣하다. 뚱뚱하다. 코에 파리가 앉으면 팔로 쫓지 못한다. 푸-하고 불어서 쫓는다. 그래서 작가가 푸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푸와 그 친구들이 살아가는 '백 평짜리 숲 100 Acre Wood'도 실제 있다. 영국 남부 이스트서식스의 '애쉬다운 숲 Ashdown Forest'이다.

이번에 애쉬다운 숲에 '곰돌이 푸 테마 숙소'가 만들어졌다. 원작의 삽화 모습 그대로 곰돌이 푸가 사는 오두막을 재현한 것이다. 수납장에 꿀단지도 있다. 이 숙소는 에어비앤비 Airbnb를 흉내 내어 베어비앤비 Bearbnb라고 이름을 붙였다. 숙박할 사람들 신청도 받았다. 더블 침대 1개와 2층 침대 2개가 있어 손님이 투숙할 수 있다. 하루에 15만 원 정도라는데 즐길 거리라고는 푸처럼 다리에서 강물로 나뭇가지를 던지거나 몇 번이고 낮잠을 자는 거다. 신나겠다(?). 그래서 숙박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푸는 뚱뚱하다. 이런 이미지 탓인지 중국에서 푸는 검열대상이다. 곰돌이 푸가 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사라지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푸의 이름을 입력하면 '불법 콘텐츠'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고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희화화하는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농구 NBA와 시진핑의 사이가 좋지 않았을 당시 미국 농구 관객이 곰돌이 푸 코스프레를 한 바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시진핑을 매장한다고 곰돌이 푸 인형을 땅에 묻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푸는 사랑받는 캐릭터다, 디즈니에는 한해 6조 원을 벌어주는 효자다.

개인적으로 꼽는 푸의 매력은 '어록 語錄'이다. 대표적인 것 하나, 푸의 친구 중 소심한 돼지 피글렛 Piglet이 있다. 푸가 물었다. "Love는 어떻게 쓰지?" 피글렛이 답한다. "사랑은 쓰는 게 아냐. 느끼는 거야." 
어때요? 애들 귀엽지 않나요? 그렇다면 '곰돌이 푸 테마 숙소' 체험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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