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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아미시 AMISH 공동체, 그들의 문화?

hherald 2020.09.28 16:26 조회 수 : 7364

최근 미국에서 4명의 오빠가 12살 여동생을성폭행해 임신시키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오빠들이 아주 가벼운 처벌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오빠 중 2명은 법적으로 성인이며 분명 강간죄를 저질렀는데 처벌이 고작 지역 주민에게 반성문을 보내고 100시간 사회봉사와 벌금 30만 원에 그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이 있을까. 하지만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미국 법정이 바보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아미시 AMISH' 신도라는 독특한 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런 독특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면 근친 강간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의문이 든다.

아미시는 보수적인 기독교 교파의 하나로 17세기 이후 종교 탄압을 피해 스위스와 알자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아미시는 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철저히 주장하는 재세례파 계통에 속하는데 이 교리는 로마 가톨릭은 물론 종교개혁 세력인 루터파, 칼뱅파, 그리고 영국 성공회에서도 이단으로 여겨 배척되고 탄압을 받았다. 당시 종교적인 이유로 많이 죽임을 당했다.

아미시 교인은 노동을 중요하게 여기며 부富에 집착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공동체를 형성해 조용히 살아가니 폭력 등 범죄가 없고 술 담배 약물을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종교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아 포교나 전교 활동에 소극적이고 오직 공동체를 지키는 데 열중한다. 인종차별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웃들에게 이미지가 좋다. 학교 공부를 별로 시키지 않고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는 자급자족 공동체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아직도 힘든 농사일을 동물과 사람의 힘으로만 하는 등 그들이 신대륙으로 건너온 17세기에 멈춘듯한 삶을 산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한국의 청학동 마을을 연상시킨다고 '미국의 청학동 마을'이라고도 했다. 

여기까지 보면 외적으로는 순박한 공동체인데 부정적인 면도 있어 대표적인 것으로 근친 강간을 비롯한 성범죄가 엄청나게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외부 세계의 접촉을 거부하고 폐쇄적으로 살면서 자기 공동체 안에서 혼인하기를 선호하니 근친 강간이 빈번하다. 그런데 강간 사건을 대하는 공동체의 인식이 더 큰 문제다. 강간이 큰 범죄라는 의식이 없다. 강간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마치 술을 마시지 않는 동네에서 누군가가 실수로 과음한 정도로 치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아미시 여성을 강간한 이웃 동네 비非아미시 청년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아미시 공동체 사람들이 그 청년을 용서한다고 나선 적도 있다.
그렇다고 성문화가 개방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강간이 발생했을 때 내부에서 문제로 삼지 않고 감추면 피해자인 여성은 더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또한 강간해도 이런 처벌 아닌 처벌로 끝난다는 사실을 본 다른 남성은 예비 강간범이 될 여지가 크다. 이런 일이 만성화된 사회, 강간 사건에 대한 대응이 빈약한 사회를 그들의 독특한 문화로 이해해야 한다면?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고 이걸 문화로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문화가 다르다고 하위문화가 아니다. 그들이 좋은 이웃, 좋은 공동체라고 하나 그 문화 속에 '거슬리는 하위문화'의 부분도 분명 보인다. 이번에 범죄를 저지른 형제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나이에 비해 정신적으로 매우 덜 성숙했고 철이 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이 공동체가 품고 있는 하위문화는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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