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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피시앤칩스의 변신

hherald 2022.05.24 02:31 조회 수 : 4605

소울 푸드 Soul Food는 미국 요리의 일종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음식을 말한다. 주로 남부 흑인 노예들의 음식문화에서 유래되었다. 1960년대 미국 흑인들의 문화에 'Soul'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유행해 흑인 음식에도 소울이란 말을 붙인 것이다. 바비큐도 미국 흑인들의 소울 푸드다. 바비큐는 야외에서 조리해 먹는 요리다. 흑인 노예들의 집에는 주방이 없어 밖에서 요리해 먹었다. 백인들은 집안에 주방이 있으니 집안에서 요리해서 먹었다.
소울이란 말이 들어갔다고 무슨 영혼에 기억될만한 음식으로 생각하면 큰일이다. 영미권 사전에도 '미국 남부 흑인 전통음식'으로 나온다. 간혹 외국에서 김밥이나 떡볶이를 팔면서 '코리안 소울 푸드'라는 말을 쓰면 한국인의 영혼이 담긴 음식이 아니라 '한국식 흑인 음식'이 된다. 콩글리쉬가 이런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한국 언론들이 '영국인들의 대표 소울푸드인 피시앤칩스'라는 말을 쓰기에 잘못을 짚어본 것이다. 

 

한국 언론이 피시앤칩스 얘기를 한 것은 영국의 피시앤칩스 가게들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가 고스란히 피시앤칩스 가게에 닥쳤다. 주재료인 대구나 가자미 같은 흰살생선을 러시아에서 많이 들여왔는데 영국의 대러 제재 조치로 관세가 붙어 가격이 치솟았다. 여기에다 생선을 튀기는 식용유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서 만든 해바라기씨유인데 전쟁으로 수입이 막혔다. 영국의 피시앤칩스 가게들이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에는 전국피시프라이연맹(NFFF)이란 단체가 있다. 1913년에 설립했는데 1200개에 달하는 피시앤칩스 사업체들이 소속돼 있다고 한다. NFFF의 회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말부터 주요 식재료 가격이 급등했는데 식용유, 생선, 감자 재배에 필요한 비료 등 모든 것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9개월 내 약 1만 개에 이르는 영국 피시앤칩스 식당 중 3분의 1이 문을 닫고 피시앤칩스 가격이 3배 가까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배급제를 시행했다. 일주일에 달걀 1개, 쇠고기 500g 하는 식으로 쿠폰을 배급해 쿠폰과 돈을 내고 물건을 샀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껏 물건을 살 수 없었다. 그런데 감자와 생선은 배급제와 관계없이 마음대로 살 수 있어 피시앤칩스는 영국 국민 음식이 됐다. (소울 푸드가 아니다) 마음껏 살 수 있어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윈스턴 처칠이 피시앤칩스를 평소 'The good companions(좋은 전우)'로 칭했다고 한다. 

 

산업혁명 시절부터 공장 노동자들이 즐겨 먹던 서민 음식인 피시앤칩스가 세월의 변화로 비싸고 귀한 음식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피시앤칩스의 변신이 전쟁 때문이라면 누구도 원치 않는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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