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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일본의 '옴 진리교 사건'이 거론된 바 있다. 무슨 연관이 있다고 말이 나왔냐 의아하겠지만 굳이 연관이 있어서가 아니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주 4회 재판은 너무 많다며 <일본의 옴 진리교 사건은 10년에 걸쳐 겨우 1심이 끝났는데, 국정 농단 사건은 더 중요하고 더 복잡하니 적정한 절차를 지켜달라.>며 예시한 것이다.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뿌려 13명을 죽이고 5800명 이상을 다치게 한 무차별 살인 사건을 일으킨 '옴 진리교 도쿄 사린가스 테러'가 일어난 것은 1995년 3월 20일. 교단 시설의 비밀방에 숨어 있던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경찰에 잡힌 것이 두 달 뒤. 그는 체포될 때 명상 중이었다는데 현금을 많이 갖고 있었다. 1심 재판이 10년 걸렸고 이 재판에서 이미 사형 판결이 났다. 총 16년 넘게 걸린 재판에서 아사하라를 비롯한 간부 13명은 사형, 5명은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리고 2018년 7월 6일, 아사하라와 신도 6명에 대한 교수형이 도쿄구치소에서 집행됐다. 체포된 지 23년 만이다. 

 

'옴 진리교'는 교주 아사하라가 요가를 가르치던 '옴 신선회'에서 시작됐다. '옴'은 '우주의 창조 유지 파괴'를 뜻하는 힌두교의 문구. 힌두교 파괴의 신 '시바'를 주신으로, <인류는 세균과 핵무기에 의해 종말을 맞는다>, <옴진리교 신도들이 1995년 11월 '아마겟돈'을 극복하고 천년왕국을 영위한다>는 종말론으로, 그러니까 요가와 힌두교와 종말론에다 티베트 밀교까지 가미해 만든 사이비 종교다.

 

교주 아사하라는 자신이 공중부양을 한다고 선전하고(신비로운 것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정식 종교법인으로 등록한 뒤 인도에서 달라이라마 14세를 만나 인터뷰한 사진을 <티베트 불교의 종주 달라이 라마가 아사하라의 가르침이 올바르다고 인정했다>는 식으로 왜곡해 교세 확장에 이용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득 찼는지 1990년에는 자신과 추종자들이 대거 중의원 총선거에 나갔다. 물론 다 떨어졌다. 당시 선거 유세를 보면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춤을 추는데 과연 선거에 이기려고 하는 것인지, 나 제정신이 아닌 후보요, 하는 건지 구별이 안 된다.

 

이 선거 이후 폭력으로 일본을 전복시키고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총을 만들고 젊은이들로 군대를 만들고, 살인 화학무기를 만들고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고 신도들을 종용해 살인, 폭력을 저지르게 한다. 폭력의 정점이 '지하철 사린 사건'이다. 일본의 왕이 되겠다는 망상을 품었던 교주 아사하라는 이 사건으로 그가 원하는 유명세를 얻었다. 1995년 4월 3일 타임지의 표지 인물이 됐다. 일본인으로는 1971년 10월 4일 자의 히로히토 일왕 이후 23년 만이다.

 

아사하라는 LSD 중독자였는데 도쿄 구치소 수감 생활 시 6, 7년 전부터 혼잣말로 떠들고 고함치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고, 대소변을 못 가려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며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10년 전부터 가족조차 면회를 끊었다. 그리고 이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종말론으로 사람을 현혹하며 스스로 신이라던 자의 종말은 이랬다.

 

다음은 이 사건의 여담이지만 어쩌면 더 가치 있는 얘기가 아닐까 해서 덧붙인다. 부상자 숫자에 비해 사망자가 적은 것은 일본 사회 전체가 치료에 협조하고 나섰기 때문인데 결정적인 계기는 의과대 학장이던 어느 전문의가 마침 의대 졸업식 날이라 수술이 없어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TV를 보다가 사린 테러 소식을 봤는데 동공이 축소한다는 피해자의 말에 단번에 사린 공격이라 확신하고 병원에 팩스를 보내고 서일본에 있는 사린 치료제를 신칸선을 이용해 동경으로 보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종말론자 얘기보다 더 극적이었다는 게 내 개인적 의견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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