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연 축제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12일부터 24일간 일정을 시작한다. `에든버러`가 올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한국작품 3편이 처음으로 공식 초청됐기 때문이다. 연극 `템페스트`(극단 목화), 무용 `프린세스 바리-이승 편`(안은미무용단),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슈` 등(서울시립교향악단)이 축제를 앞둔 에든버러로 향하는 작품들이다.
1947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페스티벌은 이제 매년 여름이면 세계 각 나라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명실공히 유럽 최대 공연 축제가 됐다. 올해는 `극서로 향해(To the Far West)`를 주제로 내달 4일까지 20여개국 147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서양 마법이 한국 무속으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한국 옷을 입었다.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생략과 비약, 즉흥성과 의외성을 가미하고, 삼국유사의 `가락국기`를 더해 색다른 구성을 시도한 작품이다.
▲ 연극 `템페스트`(극단 목화)
신비스러운 주문을 퍼붓는 템페스트의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법사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서양의 마법을 한국의 무속으로 바꿔치고 현실과 영혼의 세계는 의상으로 구분했다. 우리말 특유의 3·4조, 4·4조 운율을 살려 대사를 재구성했으며, 백중놀이·만담·씻김굿 등이 곁들여진다.
오태석 연출가가 이끄는 극단 목화는 2006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런던에서 선보여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킹스시어터에서 13일부터 16일까지.
소리·몸짓으로 풀어낸 사랑
안은미무용단이 에든버러에 소개할 `프린세스 바리-이승 편`은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2007년 안무한 `바리-이승 편`을 다듬어낸 것이다.
바리공주 설화가 모티브다. 바리공주가 아버지를 구하러 저승으로 가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춤꾼 8명과 소리꾼 5명, 가야금·해금·피리·장구·타악기 연주자 5명이 모여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 무당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역동적인 소리와 몸짓으로 풀어낸다.
▲ `프린세스 바리-이승 편`(사진=안은미무용단)
음악평론가이자 희곡작가인 박용구가 쓴 대본에 안은미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 21세기 언어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플레이하우스에서 19일부터 21일까지.
에든버러에 울리는 `생황`
동양의 악기 생황이 내는 소리가 에든버러에 울린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자로 나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슈`를 이번 에든버러 페스티벌 무대에 올린다. 이외에도 정 감독의 전문 분야로 인정받은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항곡 6번 `비창`도 레퍼토리에 포함됐다.
▲ 생황협주곡 `슈`(사진=서울시향)
진은숙이 작곡한 생황협주곡 `슈`는 17개의 대나무관으로 만들어진 동양 전통악기 생황을 독주악기로 내세운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유럽투어에서 "신들린 듯한 연주"로 호평을 받은 우웨이가 협연한다. 어셔홀에서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