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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1 계급 언어 코드

hherald 2010.07.17 21:03 조회 수 : 3960

계급 언어 코드

 

영국인의 대화 규칙을 말하자면 계급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또한 모든 영국인은 입을 열자마자 자신의 계급이 밝혀진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 문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경구는 영국인의 것이다. 벤 존슨(Ben Jonson)의 "언어는 한 사람을 보여준다. 말하라, 그러면 내가 너를 볼 수 있다" 에서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노골적인 언급, "한 영국인이 입을 열면 다른 영국인은 그를 증오하거나 경멸할 수밖에 없다"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 계급에 대한 집착이 좀 누그러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버나드 쇼의 관찰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상황에 잘 들어 맞는 것 같다. 모든 영국인은 자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일종의 사회적인 지피에스(GPS)를 갖추고 있다. 그 시스템은 한 사람이 입을 열자마자 그가 계급지도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위치 계산은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사용한다. 어휘와 발음인데, 한 사람이 쓰는 단어와 그것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절로 답이 나온다. 발음이 더욱 믿을 만한 표시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자(다른 계급의 어휘를 배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자음과 모음의 규칙

 

계급 구분의 첫 번째 표시기는 특정 글자의 발음과 연관이 있다. 최상류층은 자기네 발음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발음을 정확히 하는데 반해 하류층은 부정확하게 한다고 비난한다. 즉 말을 굼뜨게 해서 발음이 명확지 않고 알아들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해 틀렸다는 것이다.

이 논쟁의 첫 번째 주제는 뭐니 뭐니 해도 하류층은 자음을 잘 발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성문폐쇄음(음성학에서 성대의 두 막 사이 공간이 닫혀 성대의 진동이 일시적으로 멈추면서 공기 흐름이 순간적으로 차단되는 현상ㅡ옮긴이)에서 't' 자 발음을 삼키거나 빠트리고, 'h' 발음을 못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하류층은 자음을 빠뜨리지만, 상류층은 모음을 생략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당신이 시간을 물으면 하류층은 열시 삼십분을 "아프 파스트 텐(alf past ten)" 이라고 할 테지만, 상류층은 분명히 "하ㅍ텐hpstn" 이라고 한다. 손수건(handkerchief)을 하류층은 "앵커치프(ankercheef)" 라고 하지만 상류층은 "핸ㅋ치ㅍ(hnkrchf)" 라고 발음할 것이다.

상류층의 모음 생략은 겁나게 스마트할지 모르나 그 발음은 휴대전화 자동응답 메시지 같다. 이 모음을 생략한 약식 발음에 익숙해 있지 않다면 자음을 생략한 하류층 발음보다 딱히 이해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이 발음의 장점은 입을 많이 안 벌리고도 말할 수 있고, 말하는 동안 초연하고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윗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상류층, 중상층, 중중층이 모음 중 반을 발음하지 않는다는 말은 최소한 자음은 정확히 발음한다는 뜻이다. 하류층은 'th' 발음을 'f' (그래서 teeth를 teef, thing을 fing)으로나 'v' (that은 vat, Worthing은 Worving으로)로 발음한다. 어미의 g는 k로 발음하니 something은 somefink, nothing은 nufink가 되어버린다. 모음의 발음도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게급표시기이다.

하류층의 'a' 발음은 자주 긴 'i'가 된다. 그래서 Dave는 발음상 Dive가 되고 Tracy는 Tricy가 된다(북부 노동계급은 'a'를 아주 길게 발음하는데 그래서 다아~아브Daave로 혹은 트레이~이시Traacy로 발음하여 자신들의 계급을 표시한다).
노동계급은 'i'를 이번에는 'oi'로 발음한다. 최상류층이 'o' 발음을 'or'로 하여 'naff off(꺼져)'를 'nafforf'로 발음하는 것과 같다.    

 

옮긴이 권석하
보라여행사 대표
학고재 편집위원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옮긴이의 말   우리에게 영국은 친숙한 듯해도 알고 보면 잘 모르는 나라다. 조금 안다 해도 영국신사, 안개, 비틀스, 셰익스피어, 다이애나 비 정도가 고작이다. 영어에 그렇게 목을 매면서도 그 언어의 고향인 영국을 우린 너무 모른다.
이 책은 그 수많은 영국의 맨얼굴을, 속마음을 보여준다. 영국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잘도 찾아내 그 뒤에 숨은 의미를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이 책은 영국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영국인들이 자기들끼리 돌려보면서 낄낄거리려고 쓴 책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정확하고 진솔하게 영국을 다룬 책은 없었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은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학자가 장시간의 객관적인 현장 연구조사를 통해 조심스럽게 펴낸 탄탄한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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