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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한국은 5월이 되면 대학 교정에서 졸업 사진을 찍는다. 물론 여학생이 부쩍 졸업 사진에 신경을 쓴다. 일생에 한 번 있는 대학 졸업이라는 '이벤트를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것부터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는 없다'는 따라 하기까지 작용해 졸업 사진 찍으려 치장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경제적으로 벅찬 5월을 맞고 있다고 한다.

 

요즘 여대생은 졸업 사진 촬영을 위해 유명백화점 ‘졸업사진 특별전’에서 정장을 사는 건 기본이고 유명 미용실에서 메이크업해야 한다. 평소 화장을 안하는 졸업생도 이날은 한다고. 진짜 유명한 미용실은 한 달 전에 예약을 한다고. 그레서 졸업 사진 촬영 당일엔 좀 어색한 화장에, 머리에 힘을 주고, 무리해서 구입한 구두 신고, 사진발이 잘 받는 유관순 복장으로 학교에 간다. 유관순 복장이란 흰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 이렇게 입으면 사진이 아주 잘 나온다고 해서 이런 유행어가 붙었다. 5월의 대학가에서는 이런 옷을 빌려주거나 할인 판매하는 것이 공식적인 행사가 되었다. 말하자면 졸업사진 특수가 생긴 것이다.

 

이날을 위해 수백만 원을 쓰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졸업 사진에 이토록 목숨을 거는 걸까. “외제 브랜드로 치장해 ‘졸업사진의 여왕’으로 떠오른 친구가 부러웠다”고 말하는 여학생이 나오는 까닭이 뭘까. 정말 가치 있는 소비라고 말할 자신이 있을까.

"졸업 사진에 내 젊은 날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남기고 싶다"라고 말하면 그래도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사실은 세속적인 허영과 욕망이 담겨 있어 문제가 된다고 우려한다.

 

여대생들이 졸업사진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른바 ‘마담뚜’들이 졸업앨범에서 눈에 띄는 신붓감을 고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벌과 외모 등의 조건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명문여대의 졸업앨범은 뚜쟁이와 결혼정보회사에 수십만 원 선에서 유통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졸업 사진 잘 찍어서 좋은 조건의 남자에게 시집 가겠다는 모진 마음먹고 선 본다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준비한다는 뜻이다. 졸업 앨범에 소위 '잇 걸'로 등장하면 마담뚜의 눈에 들어 신분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신데렐라 신드롬인 셈이다. 그래서 앨범에 남기는 주소를 가짜로 강남으로 바꾸는 여학생도 많다고 한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고 마담뚜의 눈에 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생 한 번인데’ ‘남들도 다 하는데’하는 식의 핑계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새벽같이 일어나 비싼 화장에 머리까지 하고 사진 찍기용으로 산 정장에 명품 구두로 치장하고 찍은 졸업 사진이 과연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말하자면 대학도 학창시절인데 그렇게 찍은 졸업사진이 졸업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 과연 졸업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을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졸업 사진은 얼마든지 예쁘게 찍을 수 있다. 그 나이야 웃기만 해도 예쁜 시절 아닌가.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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