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런던의 제2공항이라 불리는 개트윅 공항에 주3회 신규 취항했다. 유럽행이 늘어나는 여름 성수기와 7월에 열리는 런던올림픽 특수를 고려한 신규 취항이라는 분석이야 기업의 경영 측면이기에 여기서 논할 바는 아니고 영국에 사는 재외국민의 입장으로 본다면 영국 오는 하늘길이 더 많이 열려 편리하고 좋다.
이 글에서 알리고자 하는 것은 개트윅 공항 신규 취항 기념행사를 연 곳이 바로 대영박물관 한국관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대한항공은 대영박물관에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지원한 기업이어서 전시실을 행사장으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친분이 있겠지만 이 장소를 생각한데서 유쾌한 경험은 시작된다. 이날 행사 시작 시각은 6시 45분. 박물관은 5시에 문을 닫는다. 이날 그 시각에 문을 연 전시실은 행사가 열리는 한국관뿐이다. 그 시각에 이미 꽤 많은 사람이 붐볐다. 초청된 사람은 얼핏 봐도 한인보다 현지인이 더 많아 보였다.
공식적인 행사라고 해야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행사가 있기 전과 후에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람은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알아보려고 전시물을 보는 척 엿듣는 것은 직업상의 애교. 들어보니 한국관의 전시물을 두고 나누는 얘기가 대다수였다.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라는 감탄이 간간이 새어 나오는 대화. 한국관 외에는 개방된 곳이 없는 대영박물관에 와서 한국의 문화를 볼 수밖에는. 그리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한국이 주제가 될 수밖에는. 그래서인지 이날은 비행기 회사의 행사인데도 비행기 얘기는 적었지만 모든 크고 작은 얘기의 주제는 대부분 한국이었다.
비행기 신규 취항 기념행사라면 줄줄이 사람들을 소개하고 박수치고, 장황한 설명을 하고, 이어서 짜고 치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이런 행사를 예상하고 갔다. 그렇게 생각했던 터라 주최 측이 박물관 전시실에 자연스럽게 풀어놓아 주니 한편으로 당황했지만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든 그 행사의 콘셉트도 신선했지만 대영박물관 한국관이라는 장소를 행사장으로 삼은 기발함은 참 탁월했다. 남의 것을 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더욱이 보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남의 것을. 그렇게 본다면 그 장소에 사람을 모은 것으로 이날 대한항공은 대영박물관 한국관에 온 현지인들의 기억 속에 한국 국적기를 확실하게 띄웠지 않을까.
굳이 자사의 비행기를 강조하지 않았던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지만 한국과 자연스레 연계된 한국 국적기는 대영박물관 한국관에서 오히려 더 확실히 떴다. 그것도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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