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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지난 2008년 북경올림픽 때 중국의 한인회와 체육회가 각기 따로 올림픽 지원단을 만들더니 올림픽 기간 내내 두 단체의 지도부 인사들이 한국의 고위층에게 얼굴 내세우기만 하고 정작 중요한 지원 활동에는 많은 차질을 빚었다는 점을 영국의 한인사회가 반면교사로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중국 한인회와 체육회를 좌지우지했던 몇몇 사람의 갈등과 욕심이 순수한 자원봉사자의 열정과 진심마저 빛을 잃게 하고 올림픽 기간에는 물론 올림픽이 끝나서도 중국의 한인사회를 양분했다. 두 개의 올림픽 지원단이 생긴 지금의 한인사회 역시 봉합되지 않으면 중국과 같은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

북경올림픽이 한창일 때 지원단에 있었던 자원봉사자가 지원단 카페에 올린 글을 보면 <순수한 봉사자들의 수고보다는 수뇌부들의 업적과 자신들의 행적에 대한 대외 홍보수단으로 순수지원자들이 단순 동원되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네요>라는 내용이 있다. 두 개의 단체가 각기 한국의 각급 기관에 올리는 '백서' 만들기에만 골몰해 봉사자를 무작정 불리기만 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백서라는 것이 정부기관에 올리는 보고서인데 순수한 봉사자를 백서를 꾸미는 데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봉사자가 있다는 식의 백서를 만들어야 지원금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자원봉사자들은 <학생들만 자원봉사자이지 앞에서 하는 팀장들은 직업으로 하는 것 같은데 쓸데없는 백서준비는 그만하고요, 북경에서 올림픽을 맞이해서 한국에 가지도 않고 조국과 선수단을 위해서 봉사의 땀을 달게 흘리겠다고 마음먹은 어린 봉사 지원자들과 유학생들의 자긍심과 보람을 지켜주는 지원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순수한 봉사자를 동원인력으로 이용한 한인회와 체육회의 지원단 간부를 향해 '직업봉사자'라는 비난의 호칭을 썼다.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이 없어 <자원봉사자들한테는 쓰이지 않고 직업자원봉사자의 손에서 노는 것 같네요>라는 의문도 던졌다. 

왜 이랬을까. 올림픽을 '한몫' 보는 기회로 생각한 이들의 이기심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것은 쓸데없이, 아니면 동상이몽을 꿈꾸는 욕심이 충돌해 둘로 나눠진 지원단 때문이다. 몇몇 사람의 욕심에 의해 나뉘어 제 기능을 못하는 전혀 필요없는 두 개의 지원단. 해외 동포사회가 여러 개의 지원단을 만들어 올림픽은 지원한다는 것부터 '지원'이 아니라 '지원을 사칭한 사심'이 보이는 부분이다. 그 사심에 동원되는 봉사자만 억울하다. 두 개의 지원단이 있었던 올림픽이 끝나면 한인사회는 또 어떻게 될까. 영원히 두 개의 한인사회가 되는 것 역시 불을 보듯 뻔하다.  

올림픽이 해외 동포사회를 하나로 묶는 좋은 계기가 된 사례가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올림픽 후원의 밤 행사는 그리스에 사는 동포가 한자리에 모인 최초의 행사였다고 한다. 당시 보도를 보면 <아테네 교민들이 한자리에 모여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의 전통 가락들이 울려 퍼지자 몇몇 동포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고 나왔다. 그리스는 3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한인사회지만, 생업에 바빠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아테네 올림픽이 동포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것이다.

런던올림픽을 맞아 진정으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누군가는 이번 올림픽에 어떻게 힘을 보태줄까라는 고민을 해야 할 텐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줄을 서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두 개의 지원단은 이래저래 민폐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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