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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4 아바 런던

hherald 2012.03.05 19:54 조회 수 : 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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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4
아바 런던


흥겹고 가볍게, 춤추면서……
아바(ABBA), 이 괴상망측한 4인조 혼성그룹이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것은 생각할수록 경이적인 일이다. 아바는 비영어권 출신으로 3억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 치운 유일한 가수다. 스웨덴이 배출해 낸 히트 상품 목록에서 아바는 늘 빠지지 않는다. 그들의 촌스러운 외모와 촌스러운 음악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아무도 그들의 거창한 운명을 점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이 그렇게 엄청난 업적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굳이 팝을 밥처럼 듣는 마니아가 아니라도 팝에 어느 정도의 식견만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들의 음악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다. 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혼성그룹, 그것도 영국이나 미국, 호주나 캐나다 같은 영어권 출신이 아닌 북유럽의 스웨덴 출신이라는 것이 그들의 성공신화를 더욱 값지게 해주고 있다. 자세히 보면 아바의 기적에는 많은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그 아이러니는 물론 아바의 입장에서 본다면 행운이었을 것이다. 
아바는 1974년 유로비젼 송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이것부터 아이러니의 시작이다. 유로비젼 송콘테스트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대회이기는 하지만, 팝의 관점에서 본다면 세계적 파급력을 지닌 메이저급 대회라고 볼 수 없다. 미국 프로 야구로 비유하자면 트리플 에이급에도 미치지 못할 마이너리그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영어 음악인 팝에 있어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메카와 영국이라는 종주국이 지니는 위세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유로비젼 송콘테스트가 배출한 세계적인 가수가 아바외에는 셀린디온(게다가 그녀는 캐나다여자다.) 정도가 유일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아바는 73년 <링링>이라는 곡으로 유로비젼에 참가하였으나 스웨덴 예선에서 탈락하였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재도전한 74년 대회는 팝의 본가 영국의 브라이튼에서 열렸던 것이다. 아바는 업 비트의 경쾌한 곡 <워털루>를 영어로 불러 우승하게 되는데, 이것은 그들의 운명에 영국이 끼치는 엄청난 영향력의 시작에 불과했다.
아바는 영국에서 넘치도록 사랑 받는다. 아바는 활동했던 72년부터 83년 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 내었는데, 그들은 앨범 보다는 싱글에 승부를 걸었던 편이다. 아바는 영국에서 무려 14곡의 넘버원 히트곡을 만들어낸다. 이 수치는 자국인 스웨덴을 능가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댄싱퀸> 단 한 곡만이 넘버원이 되었다. 또한 영국에서 약 1,400만장의 음반을 판매해 1,200만장을 판매한 미국에서의 실적을 앞지르고 있다. 이것 또한 매우 희귀한 수치에 해당한다. 거대한 미국 시장을 능가하는 판매량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훨씬 작은 영국 시장에서 기록했다는 것은 아바가 영국에서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아바는 도대체, 왜, 뭣땀시, 팝의 본가 비틀스의 나라 영국을 그토록 완전히 사로 잡은 것일까?
우선 시대적인 아이러니를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고 싶다. 아바가 등장한 70년대 초반은 상대적으로 팝의 쇠퇴기로 분류된다. 락의 르네상스였던 60년대 말과 비교되는 시기이다.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 등 각종 심각한 장르가 만들어지고 락이 마치 인류의 새로운 메시아라도 되는 냥 심오하게 발전하며 세계 팝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다가 그것이 한계에 도달하는 시기가 온다. 그 심오한 음악들은 마니아의 음악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팝의 본령인 대중음악이라는 측면에서는 불충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팝의 매력을 세계에 충분히 공감시켰던 <비틀스>는 70년 해체되고 말았다. 락의 심오함에 진력난, 가벼운 음악을 듣고 싶었던 계층들에게 아바의 음악은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아바는 비틀스가 그랬던 것처럼 팝을 잘 듣지 않는 세계인들을 팝의 경지로 끌어들였다는 업적을 평가 받을 수 있다. 팝의 지경을 넓혀준 것이다.
또한 아바는 당시 영국에서 대세를 이루었던 그렘락(Glamrock)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렘락은 화려한 복장과 헤어스타일 등으로 시각적 요소를 강조하는 락으로 <마크볼란> <데이빗 보위> 등이 이끌었던 당시 런던의 첨단 음악이었다. 아바는 재빨리 그렘락적 요소를 받아들여 이상한 무대 의상을 입고 노래 부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두 커플을 연상시키는 네 명의 남녀가 등장하여 주로 여자 멤버들이 고음의 보컬을 맡고 두 남자들이 그녀들을 받쳐주는 포멧 또한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먹혀 들었다. 또 한가지 아바의 세계 정복에 기여한 것은 디스코라는 70년대의 춤사위다. 미국 동북부에서 발생한 디스코라는 춤은 순식간에 세계를 휩쓰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한 파급력을 지닌 춤이었다. 디스코의 시대를 맞아 아바는 순항하였다. <페르난도> <테이크어 챈스 온 미> <댄싱퀸> 등 아바의 노래들은 디스코에도 맞아 떨어졌다. 아바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디스코 열풍의 주역이었다.
83년 해체한 아바의 위력을 런던에서는 아직도 실감할 수 있다. 1999년 시작된 웨스트앤드의 인기 뮤지컬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를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다. <맘마미아>는 몇 년 전 영화로도 만들어져 영국 영화 사상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런던에서는 수시로 아바를 모방하는 <아바 마니아>들의 축제도 벌어진다. 아바는 런던을 달구었던 뜨겁고 쉬운 음악의 대명사다. 흥겹고 가볍게, 춤추면서 즐기는 팝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심각했던 영국 락에 대한 반동의 꽃 아니었을까? 아바의 음악을 싫어하는 필자지만, 그러나 먼 옛날 서울의 어느 나이트 클럽에서 철없이 춤을 추다가, 아바의 노래도 춤추면서 듣기엔 좀 아깝다고 느낀 적이 있다. <Lay All Your Love on Me>로 기억난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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