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는 재외 국민 총 인구를 279만 명정도로 추정한다. 이 중 80%가 투표권이 있을 것으로 가정해 재외 국민 선거인을 223만 6,000명으로 예측한다. 선관위는 투표율이 40%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만약 예상대로 40%가 투표하게 되면 약 90만표다. 이번 19대 총선의 지역구 의석은 248개, 한 개 지역구 당 3600표 이상이 간다. 3표 차이로 떨어지는 게 국회의원 선거인데 얼마나 큰 힘인가.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는 39만557표 차이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사이 표 차이는 57만 980표였다. 그렇게 보면 40% 투표율에 90만표는 어마어마한 힘이다.
중앙선관위가 주먹구구식으로 40%를 예측한 것이 아니다. 2009년과 2010년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인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재외국민이 각각 41.0%, 39.4%이었다. 그래서 40%로 예측한 것이다. 결국 엄청나게 빗나간 예측이 됐지만, 재외 국민 선거가 번거럽고 까다로운 제도적 요인으로 외면받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재외국민의 무관심이 더 문제인 것으로 보여 재외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안타깝다. 투표율은 커녕 선거등록률부터 부끄러운 수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투표는 차지하고 선거 등록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선관위가 40%를 예측할 때 투표율이 10%를 간신히 넘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의 학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선거 등록 상황을 보면 10% 예측이 절대 비관적인 견해가 아니었다. 아, 10%조차 장미빛 꿈이었다니.
투표와 선거 등록은 또 다르다. 국내 선거에서는 주민등록을 바탕으로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지만 재외국민 선거는 본인이 신청을 해야만 명부 작성이 가능하다. 즉, 재외국민 선거 등록을 해야 얼마만큼의 표가 있는 줄 알 수 있다. 선거 등록조차 하지 않으면 재외국민이 가진 표의 힘은 사라지고 없다. 223만 표의 힘을 주면 무엇하나. 그 힘을 쓰겠나고 나서는 재외동포가 2.5%에 불과하면 5만 5천 표로 사그러드는데. 표심따라 움직이는 정치판에서 5만 5천 표를 보고 재외국민을 배려할까. 선거 등록 조차 하지 않는 우리의 무관심이 그들의 무관심을 부르고, 우리가 포기한 표의 힘에 묻혀 우리의 권리와 권익도 사라지는 것이다.
아래 구석의 광고는 어느 물류회사의 광고란이었는데 이번 주에 재외국민선거 등록 광고로 바꿔 달라고 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라는 절박함이 온 것은 재외국민이라는 우리들 탓이다. 한국의 정치가 당신을 정말 피곤하게 만든다 할 지라도 제발 선거 등록은 하고 난 뒤 그런 불평을 해야 한다.
2월 11일 이번주 토요일이 등록 마감일이다. 당신의 유학생활이 대사관에 전화 한 통해서 등록할 시간도 없을만큼 바쁘다 할지라도 제발 등록부터 하고 이번 토요일 밤을 보내자. 토요일도 등록을 받는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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