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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 - 62회 도로규칙

hherald 2011.10.24 18:26 조회 수 : 2257

줄서기 규칙
"그리고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하시기를 '앞으로 나오라(Comeforth)' 고 했는데, 그는 네 번째가 아니고 세 번째로 먼저 왔다. 예수께서는 미는 일을 하라고 그를 줄 뒤로 보내셨다." (앞으로 forth를 네 번째 fourth로 바꾸어 지낸 농담-옮긴이.) 1946년 헝가리인 조지 마이크는 줄서기가 영국인들의 '국가적인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륙에서는 사람들이 정류장 근처에서 그저 왔다 갔다 하다가, 버스가 도착하면 우르르 몰려든다. 영국인은 비록 그가 혼자일지라도 질서정연하게 스스로 줄을 선다"고 했다. 30여 년 뒤 1977년 그는 자기가 한 말이 여전히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30년이 흘렸지만 별로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영국인의 줄서기는 마이크가 간단히 얘기한 것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 일요일판 고급지 신문에서 영국인이 '줄서기의 예술을 잃어버렸다'고 투덜거리는 머리기사 제목을 보았다. 궁금하기도 했고, 현장조사에서 관찰한 바와는 달라서 읽어보았다. 얘기인즉 저자가 줄을 서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새치기를 하려고 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기가 막혀 혐오감을 나타냈지만 이를 제지하는 말 한마디 할 만큼 용기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기가 막힌다는 뜻으로 코웃음을 치고 혀를 끌끌 차는 것 말고는). 결국 그 사람은 새치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인의 줄서기의 예술을 잃어버렸다는 증거이기는커녕, 완벽하고 정확한 영국 줄서기 예술의 명세서 그 자체다.

간접성 규칙
영국인은 서로 줄서기의 규칙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는데, 만일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상당히 기분 나빠한다. 그래도 자신감 부족이건 사교술 미숙이건 간에 그 분함을 표현할 줄 모른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것은 문제가 안된다. 미국에서 새치기는 그냥 버릇 없는 행동이지 큰 죄가 아니다. 그에 대한 반응은 노골적이고 정해져 있다. 새치기꾼은 간단히 한소리 듣는다. "어이 거기 당신! 이리로 다시 돌아와!" 유럽 대륙에서 반응은 노골적이고 언쟁 비슷한 것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나라에서는 별 난리를 치지 않고, 그냥 조용히 밀어내버린다. 결국 결과는 거의 같다. 오로지 영국에서만, 새치기가 아주 비도덕적인 행위로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성공한다. 우리가 의분으로 안절부절 못해하고, 찌푸리고, 투덜거리고, 화를 못 삭여도, 실제로 항의하고 새치기꾼에게 뒤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말을 못 믿겠다면 당신이 한번 해보라. 나는 실험 때문에 안 할 수 없어서 했으니 당신도 한번 당해보라. 아주 심술궂다고 하겠지만,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지른 온갖 규칙 깨기 실험 중에서도 이 새치기가 가장 힘들고, 불쾌하고, 기분 상하는 일이었다. 일부로 부딪치기, 집값 물어보기, 직업 물어보기보다 더 힘들었다. 실험할 때마다 새치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해도 두려울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런 시련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거의 그 실험을 포기할 뻔했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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