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발라져 있고 새하얀 마시멜로 크림이 부드럽게 혀끝을 감도는 오리온 초코파이.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과 군인들에게까지 가장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국민 과자다. 1974년 4월 세상에 나와서 지난 30년 넘게 과자 판매 1위를 지켜온 인기 품목이다.
군대 시절, 초코파이는 신앙마저 흔들리게 했다. 초코파이를 많이 주는 종교시설을 찾아 매주 종교가 바뀌었다. 초코파이를 따라 얼마든지 개종할 수 있었던 훈련병 시절. 그리고 이등병, 일병이 되어도 여전히 맛있었지만 병장이 되니 자연스럽게 줘도 먹지 않는 간식이 되었다.
갑자기 웬 과자 얘기를 하느냐면 북한 암시장에서 워낙 비싸게 팔리는 초코파이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초코파이의 인기의 원인 중 하나가 가격이 싸다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개당 가격이 25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요즘 북한의 암시장에서 1개당 9달러 50센트(약 1만 7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주로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간식으로 지급되는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암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급이 57달러(약 6만 3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초코파이 1개만 팔아도 한 달 월급의 6분의 1을 챙길 수 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초코파이만큼 맛있는 과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무조건적인 인기를 업고 '개성 공단은 초코파이 블랙홀'이라는 말이 생겼다. 블랙홀이란 말 그대로 들어가는 대로 삼켜버린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 공단은 하루 15만 개의 초코파이가 소비되는 곳이다. 상상하기 함들 정도로 인기가 있어서 개성 공단에 진출한 업체마다 초코파이를 확보하려는 전쟁을 치른다고. 그렇게 많은 초코파이를 돌려도 개성 공단에서 초코파이 빈 봉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자식을 주거나 팔아서 돈을 만들려고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성 공단에는 '초코파이 계'가 있다. 계의 규칙은 간단하다. 한 조당 30명, 하루 한 번씩 간식으로 지급되는 초코파이 30개를 먹지 않고 시장에 내다 팔아 계원에게 몰아주는 것이다. 거래는 주로 북한의 중간 상인을 통해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인 신의주에서 진행되며, 이곳에는 ‘초코파이 시장’까지 따로 형성될 정도라고 한다.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빵이 있는지 몰랐다며 시장에 나오는 대로 몽땅 팔린다고 한다.
오리온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도 초코파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돼 초코파이가 일반명사가 됐지만 개성 공단 근로자들은 어느 회사의 초코파이가 가장 맛있고 가장 인기있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동구 사회주의에 자본주의 맛을 전한 코카콜라에 비견될 만 하지 않을까. 물론 초코파이를 모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개성 공단의 일부 북한 주민을 두고 남한 자본주의의 물결을 논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또 초코파이 역시 그런 역할을 자임한 것은 아니지만 '초코파이 계'를 보면 자본주의의 욕망이 언뜻스친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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