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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국민에게 돌아온 전두환의 영빈관

hherald 2011.07.05 13:13 조회 수 : 1802



1985년 경기도 성남시에 100평 규모의 단층 건물이 하나 완공됐다. 부속 부지는 총 2만 6천여 평으로 3홀 규모 골프장과 테니스장이 있다. 아름다운 연못과 수백 년 수령의 노송들이 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100평 규모의 단층 건물에 불과했지만, 그 화려함은 상상을 초월했다.실내 수영장도 있었다. 고급 샹들리에, 등나무 가구, 외제 변기 등 초호화 시설을 꾸며졌다. 말 그대로 `현대판 아방궁'이었다. 이곳이 바로 전두환의 사저가 아니냐는 의혹의 집, 일해재단 영빈관이다. 

일해재단(日海財團)은 전두환의 제5공화국 시대에 창립된 재단이다. 일해(日海)는 전두환의 아호다. 1983년 12월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으로 순직한 희생자들의 유족을 위한 위로지원과 장학사업 및 86· 88 국제경기에 대비한 우수선수와 체육지도자의 육성지원을 목적으로 발족했다. 당시 청와대 장세동 비서실장의 지휘아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국내 정상급 재벌 그룹 회장 7명을 발기인으로 시작했다. 재단의 명칭이 처음부터 일해재단이었던 것이 아니다. 88연구소, 안보통일연구소, 평화안보연구소 등으로 이름이 바뀌다가 1986년 1월에 재단법인 일해연구소가 됐다. 

일해라는 명칭으로 굳어지자 이 재단은 본색을 드러냈다. 전두환을 추종하는 당시 세력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 퇴임후를 겨냥해 막후 정치를 하는 단체로 일해연구소를 개조했다. 기금은 강제로 뜯어냈다. 일해재단에 돈을 기부하고 싶은 기업은 하나도 없었는데 1984년에 185억 5,000만 원, 1985년에 198억 5,000만 원, 1986년에 172억 5,000만원과 1987년에 42억 원 등 총 598억 5천만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5공화국 정권의 실세들이 만든 일해연구소는 뭘 연구했는지는 몰라도 기금은 천문학적으로 조성했다. 일해연구소가 연구하겠다는 것을 이미 연구하는 곳은 정부 산하 기관내에 많이 있었다.

5공비리 청문회에서 문제의 일해재단 영빈관을 전두환의 사저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냐는 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다. 물론 증인들은 절대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재단 기금을 모금하면서 강제성이 있지 않았느냐지적에도 증인들은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5공비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의혹은 밝혀지지 않고 전두환의 성의없는 국회청문회 증언을 끝으로 용두사미식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일해연구소는 대표적인 5공비리였고 그 비리는 밝혀졌다. 결국 전두환 세력들의 영향력을 떼어내고 세종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민간 공익연구기관이 된 것이다. 

이번에 일해재단 영빈관이 건립 26년만에 국민에게 돌아 온다고 한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지구촌체험관으로 사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영욕의 역사를 간직한 일해재단 영빈관이 국민에게 돌아온 셈이다. 이 기회에 영빈관도, 일해재단도, 전두환의 5공화국도, 덕지덕지 붙어 있는 슬픈 기억의 단상도 이제 영원히 우리와 작별했으면 한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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