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영국 지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내일 집에 가니?'
저는 엉겁결에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집에 가서 좋겠다는 것부터 축복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귀갓길에 곰곰이 친구가 한 이야기를 곱씹게 됩니다. 내가 돌아갈 집이 있는가? 요르단에서 살 때도 내 집은 아니지만 내 집처럼 살았으나 이제 요르단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니 7년간을 살았던 짐들을 모두 정리해야 할 상황입니다.
지금은 잠시 영국에 살고 있으나 이곳 역시 내 집이라 할 수 없어서 아직 가방을 풀지 못한 상태입니다. 내일 영국을 떠나면서 다시 그 짐을 들고 가야 하는 처지입니다. 한국에 가면 존경하는 지인의 배려함으로 머물 곳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머무는 동안은 자유롭게 내 집처럼 사용할 순 있지만 그곳을 떠날 때 다시 짐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야 할 집은 이 땅에는 없는 듯합니다. 집이 없기에 머무는 곳 그 어디나 내 집처럼 그렇게 살게 하는 장점이 있게 됩니다.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면 서글픈 질문이기도 하지만 영국인의 질문은 나에게 깊은 묵상을 하게 됩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이 땅의 목적으로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시작은 어머니 뱃속의 태아 때부터입니다. 어머니 뱃속은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어머니로부터 영양분을 배꼽에 연결된 생장 호수를 통해 공급받게 됩니다. 세포 분열은 과히 과학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을 이룹니다. 그러나 그렇게 안전하고 폭풍 성장을 할지라도 뱃속은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일정 기간 살다 정리하고 떠나야 하는 태아 나그네일 뿐입니다.
태아의 목적은 오직 한가지 뿐입니다. 인생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 모든 세포가 분열하여 인간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내장 기관이나 미세한 모세혈관까지 초정밀 성장을 이루어서 인간으로 탄생하는 기쁨을 세상에 알리고 특히 십 개월 동안 품었던 어머니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가장 큰 선물을 안겨주게 됩니다. 모든 태아가 인생으로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들은 의학이 그렇게 발달할지라도 유산은 예전에 비해서 57배 증가했으며 태아 사망률이나 사산율은 38배 증가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인생으로 태어났으면 어머니 뱃속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아이는 울음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립니다. 인생의 첫 출발은 존재의 가치를 나타내기 위한 울음입니다. 이제부터는 느리게 성장하게 됩니다. 어미의 젖을 먹는 포유류 중에서 가장 느리고 더디게 성장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초식동물은 태어나서 몇 분 안에 뛰어갈 수 있다지만 인간이 걷기까지 최소 일 년은 걸려야 겨우 한 발짝을 뛸 수 있습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걸까요? 가장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그의 인생 목적은 인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 영원한 나라에서의 영생을 취하는 겁니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사후세계인 천국이 존재합니다. 어머니 뱃속의 태아에게 인생 이야기를 한다 한들 그 태아는 믿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설명을 논리적으로 잘하고 과학적 입증을 보여준다 해도 태아는 인생을 믿을 수 없는 환경일 뿐입니다.
태아는 인생을 위한 목적이라면 인생은 영생을 얻는 목적입니다. 인생이 영생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거듭나는 것의 다른 말은 구원받음입니다. 거듭남은 두 번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첫 번째 태어남은 태아에서 인생이 된 과정을 뜻합니다. 인생으로 태어났으면 인간의 본질인 영혼이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이는 인생을 지으신 전능자를 믿고 그 진리를 따를 때 영이 두 번째 태어납니다. 그래서 거듭남이라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태어난 인생은 땅에서 태어난 것이라면 두 번째 거듭남은 하늘에서 태어난 것이라 표현하게 됩니다. 인생 동안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거듭남으로 천국을 상속받을 준비된 자로서 사는 것입니다. 그저 교회만 다닌다고 해결되는 종교적 선심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받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인 진리를 배우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 인생은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래전에 천국에 거할 집을 상속 받았기에 감사할 뿐입니다. 비록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수 없으나 내가 갈 본향은 저 영원한 하늘나라이기에 그 나라를 위해 오늘도 하늘나라의 주인공으로 사는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나는 이 땅에서 집 없는 나그네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지 않습니다. 내 나이 환갑이 넘어서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는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내가 머무는 곳에 빛들의 아버지께서 그 집에 풍성한 은혜를 부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집이 없어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내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머리 둘 곳이 없으셨다 했습니다. 서글픔이 있다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생의 길을 소개하는 것에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돌아갈 본향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받으며 내가 살고 있으나 실상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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