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것은 지난해를 역사에 잠식시켜야 합니다. 새해라 하려 날이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태양은 떠오르고 일상의 삶은 반복 됩니다. 짐승들은 새해라는 개념이 없지만 오직 영적인 존재인 인간만이 새해를 기념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기로 결심하게 되는 날입니다. 지난날은 옛것이 되었고, 이제 새날을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옛것을 복습하여 새것을 아는 이라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했습니다. 이를 온고지신이라 합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옛것이란 지난 학문입니다. 그 학문을 되풀이하여 연구하게 되면 현실을 살아가는데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타인에게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부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옛것을 반복해서 학습하는 것입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으므로 옛것을 통해 현실을 배우고 현실은 미래를 준비하게 됩니다. 솔로몬은 그의 아들에게 해 아래 새것이 없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젊은 아들에게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이유가 뭘까요? 젊음의 특징은 옛것보다는 새것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많아지면 새것보다는 옛것을 추억하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그러나 젊음은 새것을 얻기 위해서 옛것을 버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게 됩니다. 지혜의 왕이었던 솔로몬도 그와 같았습니다. 최고 명예와 권력을 가진 왕의 아들이니 태어나면서 금수저를 뛰어넘어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났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에게는 귀한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진수성찬의 의미도, 좋은 물건의 의미도 그에게는 하찮았을 것입니다.
그러한 아들에게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해 아래 존재하는 새것이라는 것은 모두 옛것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물질문명도 그러하고, 문화도 그러합니다. 옛것을 기준 하여 새것이라 불릴 수 있는 더 발전된 문명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것은 실상 새것이 아니라 옛것을 새롭게 본 결과입니다. 자동차 문명은 삶과 뗄 수 없을 만큼 밀착되어 있습니다.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은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미 존재했던 것입니다. 천 년 전에도 존재했으며, 인류의 시작부터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존재했습니다. 그럴지라도 그들은 자동차 문명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은 그 시대의 문명을 새롭게 해석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현실의 차원을 넘어 미래를 앞당기려는 새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발전된 문명을 창안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새롭게 창안된 문명은 과거로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입니다. 단지 필요 때문에 재조립했을 뿐입니다.
내 안에 존재하는 새것은 결국 옛것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옛것이 없었다면 새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살아야 하나 봅니다. 옛 추억은 결국 내 인생에 새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으로 단련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강화도 삼산면에 있는 송가교회에서 아주 오래전 한동안 머물면서 당시 최창모 전도사님과 함께 생활한 기억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어서 송가교회를 방문했더니 무너진 채 옛것이 된 상태였습니다.
아주 오래전 추억은 옛것이지만 그 옛것이 있었기에 오늘 내가 존재함을 깨닫게 됩니다. 전도사님과 사모님의 섬세한 섬김, 장골에 살았던 한 자매의 친절함, 보건소 소장님과 만남, 송가교회 교우들과 만남은 잊힌 추억이 되었지만, 그곳을 보는 순간에 옛것은 마치 새것처럼 되살아납니다. 그립습니다. 옛 추억을 소환하려 하지만 재료가 풍성하지 못해서 아련한 추억의 페이지만을 뒤적일 뿐입니다.
함께한 자가 물었습니다. 그 당시 이곳에서 뭘 했나요? 무얼 했다기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날은 같은 날이지만 해가 바뀌면 묶은 해가 됩니다. 역사에 잠식됩니다. 아쉬움이 가득한 날들이지만 아쉬움에 머물지 않고 새날을 향해 나아갑니다. 다만 지난날을 통해서 배운 것,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잘못된 것은 반복하지 않기 위해, 좋은 것은 더 좋게 발전시켜 나가는 새로운 날이 희망이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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