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분명했습니다. 지구촌 여러 나라 중에는 사계절이 구분되는 나라는 십여 개 나라가 넘습니다. 그러나 사계절이 있긴 하지만 계절의 경계선이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사계절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경계가 분명합니다. 겨울과 여름의 극한 추위와 더위의 중간에 온 세상을 푸르게 하는 마법과 같은 봄이 있으며 온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수놓는 최고의 화가 가을이 놓여 있습니다.
봄을 찬양하는 노래가 있고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의 노래까지 불러서 사계절이 가져다주는 고마움을 느끼게 합니다. 분명했던 계절의 경계선은 기후변화로 인하여 경계선이 붕괴한 상태입니다. 기상이변은 이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30년간을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여름은 평균 20일이 늘었으며 겨울은 22일이 줄었다 합니다.
계절상은 가을이지만 여름옷을 걸쳐야 하고 늦은 더위로 인하여 여전히 에어컨디션 문명을 의지해야 합니다. 계절마다 들리는 소리가 다릅니다. 여름의 메인 소리는 누가 뭐래도 매미의 대합창입니다. 매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렸을 때 들었던 고전적인 매미 소리와는 다르게 들려옵니다. 전통적으로 들어왔던 매미 소리는 매얌 매얌 운다하여 이름을 매미라 불렀습니다.
매미의 수명은 약 한 달 정도입니다. 그 한 달을 위해 매미는 알에서 부화하여 유충으로서 평균 7년 동안 땅속과 나무 둥지 속에서 살다가 땅 위로 기와 나와 장고의 시간 동안 껍질을 벗고 새로운 삶을 삽니다. 종에 따라서는 3년에서 17년까지 땅속 생활을 합니다. 오랜 시간 땅속에서 기다린다는 이유로 동양의 전통 종교인 유교에서는 ‘덕’이 많은 곤충으로 여겼습니다. 불교에서는 ‘해탈’을 상징하는 곤충이었고, 도교에서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몸을 얻기 위해 뼈를 바꾸어 다시 태어난다는 환골탈태인 ‘재생’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한여름 밤을 장식하는 매미 소리는 소음이 되기도 합니다. 친근한 소리를 넘어서서 쇠를 깎는 듯한 탁한 소리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매미 소리가 왜 이렇게 격해지고 송곳처럼 날카로워졌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곤충 세계도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서 나름대로 삶을 터득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름 매미 소리는 낭만이 사라지고 살기 위해 부르짖는 전투적 소리로 들려옵니다.
여름밤을 장식했던 매미의 고전적인 소리를 들으며 시인 안도현 님은 뜨거운 사랑에 비유했습니다.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한여름 밤의 낭만을 소음으로 장식하는 매미 소리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인 개 짖는 소리는 소음이 됩니다. 영국에서는 개 짖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지만, 한국 시골 풍경은 매미 소리와 개 짖는 소리로 뜨거운 여름밤을 힘들게 할 때가 있습니다. 개들도 매미 소리가 시끄러운지 밤이 새도록 짖어댑니다. 무엇이 그리 지켜야 할 것이 많은지, 아니면 두려움이 있는 건지 목이 쉬도록 짖어대는 개들의 합창은 무더위 여름밤을 더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시골에서는 애완견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집을 지키는 근위견 몫으로 키우는 집이 많습니다. 이러한 근위견의 전형적인 모습은 집 밖에서 묶어서 키우게 됩니다. 마을의 초입에 들어서면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묶어서 키우는 개는 사람을 경계하기에 짖는 것에 익숙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사람과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울부짖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봄엔 봄의 소리가 있으며 여름에는 여름의 소리가 있습니다. 가을과 겨울 역시 고유한 소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사계절의 소리 중에서 사람의 마음을 고즈넉하게 하는 소리는 이구동성으로 가을의 소리라 말할 것입니다. 가을의 소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소리입니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소리입니다. 앞만을 보고 달리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서서 달려온 뒤안길을 돌아보게 하는 소리입니다.
가을밤을 장식하는 풀벌레의 대합창은 마음이 단단해지는 소리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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