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Taiwan)에서 음식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돈을 만진 손으로 식품을 만지면 벌금을 물리는 관련 법규를 내놨는데 벌금이 최고 2억 대만달러라고 한다. 한화로 90억 원이 넘는다. 음식 관련 일을 하면서 돈이나 기타 오염 우려가 있는 물건 만지는 걸 막겠다는 뜻으로 기존 식품 제조업체에만 적용한 걸 음식점, 노점상, 배달 기사까지 확대했다. 최소 벌금이 6만 대만달러인데 이도 한화로 273만 원이다. 배달 기사가 배달 도중에 실수하면 과태료를 낼 수 있을까.
문제는 현금을 만지지 말라는 건데 대만 언론을 보면 붕어빵이나 계란빵 등을 파는 노점상이 12만 5천여 개 있는데 노점상에서 과연 음식하는 사람과 돈 계산하는 사람을 따로 둘 수 있을까. 위반 사실을 신고하면 400만 대만달러(약 1억 8 000만 원)까지 포상하겠다는 시민 포상제도 내놨는데 행여 포상금 사냥꾼만 양산하는 결과가 나올지 우려된다.
흔히 돈을 세균 덩어리나 다름없다고 한다.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유럽인의 60%는 손으로 만지는 것 중 가장 더러운 것이 현금이라고 답했다. 한국 오만 원권 한 장이 만들어져 사라지기까지 15년 1개월이 걸린다. 15년 1개월 동안 돈을 만지는 사람들의 손바닥보다 오만 원권 지폐 표면에 세균이 더 많다고 한다.
세균이 지폐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 여러 연구에서 알려진 바다. 8년 전 홍콩대학에서 한 연구는 지폐에 묻은 세균의 생명력이 매우 질기다는 것까지 밝혀냈다. 다른 곳에서 배양한 세균도 지폐에 옮겨놓으면 잘 산다는 거다. 연구를 진행한 이들은 세균이 단순히 지폐에 묻어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폐에서 자라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종이와 면으로 만들어진 지폐는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미생물이 자라기 좋다. 더욱이 사람들이 지폐를 넣은 지갑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미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온도와 환경이 조성된다. 그러니 세균, 바이러스는 물론 일부 돈에는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같은 병원균까지 존재한다.
다행히 이곳 영국의 지폐들은 모두 플라스틱 재질이라 물을 흡수하지 않아 세균에 오염되는 정도가 낮다고 한다. 돈을 오래 사용하려고(수명이 5년 길다) 플라스틱으로 바꿨는데 위생까지 좋다니.
어쨌거나 대만 식품의약품청의 법 강화가 시사하는 바는 음식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손을 깨끗이 해야 하며 특히 특정 물건을 만졌을 때만큼은 반드시 손을 씻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돈 만진 손이 죄가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수시로 만지는 돈과 같은 것을 만진 뒤 손 씻기를 생활화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타이완만이 아니라 모든 세계인에게 '손 씻기'는 건강을 위한 필수 항목이다. 특히 요식업 종사자의 '깨끗한 손'은 타이완의 무거운 벌금처럼 법적 요구사항이 아니라 스스로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적 의무일 것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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