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커다란 차트를 들어 보였다. 주요 국가별 새로운 관세를 표기한 차트였다. 캄보디아 49%로 가장 높았고 베트남 46%, 트럼프가 최대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해 온 중국은 34%, 한국은 25%, 영국은 10%로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트럼프는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한 이날을 ‘미국 해방의 날’로 선언했다. 해방의 날이라고 했는데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증시가 폭망했다.
관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일단 관세를 올리면 미국 정부의 수입이 증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관세 부과를 무기 삼아 상대국을 윽박지른다. 무역 조건을 미국에 유리하게 재조정해 자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호하려 한다. 그래서 관세 위협을 한다. 그런 위협으로 시장을 흔들어 주가나 국채금리만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고 관세 위협을 실제 실행에 옮기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거나, 유예하거나, 철회한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에는 '타고(TACO)'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암스트롱이 처음 사용했는데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줄임말로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이다. Chicken은 닭이지만 겁쟁이 의미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고율의 관세 부과를 위협한 뒤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것을 풍자하는 용어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로부터 ‘타고(TACO) 트레이드'라는 새로운 용어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자 "들어본 적 없다. 당신은 그런 못된 질문을 한다”며 면박을 줬다고 한다. 글쎄, 타고(TACO)를 몰랐을까?
그래서 월스트리트에서는 ‘타코 거래(Taco Trade)’가 새 투자 전략으로 떠올랐다. 트럼프의 반복적인 관세 발언과 철회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이 흐름을 분석해 투자 기회로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관세 위협에 적응해 가고 트럼프의 철회가 너무 자주 반복돼 투자자들이 이를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미국 법원에서 트럼프가 세계 70국에 부과한 ‘상호 관세’ 명령은 위헌이며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관세 전쟁에 제동이 걸려 관세 횡포를 미국 사법부가 견제해 줄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는데 하루 만에, 2심 법원이 관세 집행을 계속해도 된다는 판결을 냈다. "관세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이 무제한 부과 권한을 위임받을 수는 없다는 취지"로 트럼프에게 좌절을 안겼는데 하루 만에 또 뒤집어지니 참, 혼란스럽다. 미국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트럼프가 있는 한 뭐든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는 아직도 '타고(TACO)'를 들어본 적 없다고 하겠지.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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