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대한민국
저는 요즘 개인적 업무 때문에 잠시 한국에 나와 있습니다. 지난 주 한국에서 직접 겪은 일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로서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한국에서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영국으로 치면 하우스 입니다. 그래서 개별 보일러를 구비하고 있는데요, 지난 주 밤에 업무를 하는데 새벽 1시즈음 갑자기 보일러가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을 발견 하였습니다. 아직 한국은 밤에 춥기 때문에 보일러는 필수이고, 또 매일 샤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난감한 일이 발생 했다고 생각 했습니다.
바로 다음날 업무시간인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가 보일러 회사 상담 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상담원이 바로 A/S기사를 보내 주겠다고 했고 오전 11시에 A/S기사가 집에 도착 했습니다. 기사는 보일러를 점검하더니 고장 상태가 심각하여 보일러를 교체 해야 한다는 진단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바로 보일러를 교체 주문 하였고 다른 설치 기사가 오후 1시 반 경에 새 제품을 가지고 방문을 하였고 오후 2시 반에 모든 설치가 끝났습니다. 비록 비용이 조금 들기는 했지만 이 모든 일이 6시간 이내에 끝난 것입니다.
만약 영국이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 보았더니 새삼 한국의 빨리빨리 시스템의 위대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빨리 빨리 시스템에 익숙해 진 한국사람들은 조금의 지체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기대치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렇게 숨가쁘게 뛰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잠시 쉬고 싶어도 도저히 쉴 수 없는 각박한 상황에서 쉬지 않고 트랙을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생활을 5년 째 하다 보니 비록 효율성과 편의성은 떨어지더라도 잠시 쉬면서 하늘 을 볼 여유가 있는 영국의 삶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국에서 보일러가 고장 나서 며칠동안 찬물로 샤워를 하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겠지요?
김준환변호사
법무법인 폴라리스 영국지사장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