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 좋은 일에는 방해되는 일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삶엔 좋은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꽃 길만 걷기를 원합니다. 그 누구도 가시밭길을 걷거나 길 없는 곳을 개척하며 길을 만들어 걷는 선각자가 되길 원치 않습니다. 이미 잘 닦여진 탄탄대로의 길을 박수갈채를 받으며 걷고 싶어 합니다.
이는 인간이 가진 순수한 욕망입니다. 낯선 길 보다는 익숙한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은 익숙한 길 보다는 낯선 길을 택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은 익숙함을 따라 살게 됩니다. 즐겨 먹었던 익숙한 음식, 낯설지 않은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고 몸에 익혀진 반복되는 일상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안정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실패가 두렵기 때문일 겁니다. 좋은 일만 연속적으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이유는 새로운 것에는 그것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아픔이 따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꽃 길만 걸을 수 없습니다. 만약 꽃 길만 걷는다면 그 길은 더 이상의 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꽃 길이 주는 불편함과 불만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진정한 꽃 길을 원한다면 가시밭길을 경험해야 많이 꽃 길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인생은 조심조심 걸어야 합니다. 걸어야 할 길에는 장애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삶의 모든 영역에 호사다마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좋은 일에는 방해가 되는 일이 많은 법입니다. 호사다마의 법칙을 깨트리는 방법은 인내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넘어졌을 때 절망하지 않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참고 기다리다 보면 그 기다림이 결국은 실력입니다. 오늘 씨앗을 심었다 해서 내일 바로 싹을 틔울 순 없는 법입니다. 인내하고 기다리면 반갑게 고개를 내미는 희망이 움트는 새싹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사십 도에 육박한 무더운 날, 흐르는 작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음식도 먹고 차도 마시며 공부하기 위해서 존경하는 벗님과 함께 야외로 나갔습니다. 라면 냄새에 길고양이들이 몰려 왔습니다. 처음엔 한 마리가 왔습니다. 음식을 먹고 난 이후에 먹을 것을 주려 했는데 순간에 몇 마리의 고양이들이 진을 치고 애절한 울음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음식을 주려 했는데 길양이들은 자리를 뜬 상태였습니다. 기다림에 지쳐버렸는지 다른 장소로 가버렸습니다. 기다림은 나약해 보이지만 그의 실력이 되며 장점이 됩니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을 주지 않더라도 오래 기다렸다면 많은 음식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길양이들은 기다리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버렸습니다.
중국의 ‘두보’(712-770, 중국) 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당나라 시절의 현실주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성입니다. 그의 시 중에 ‘춘야희우’라는 시가 마음에 담겨 있습니다. 그의 시 첫 구절인 <호우시절>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정우성’ 배우와 중국의 ‘고원원’ 배우의 주연으로 2009년에 개봉된 영화입니다. 호우시절이란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춘야희우>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비는 사람 따라 이 밤에 몰래 스며들어
소리 없이 촉촉이 만물을 적시네
들길엔 구름 얕게 깔려 어두운데
강 위의 배만 외로운 등불 깜박인다.
새벽에 붉은 빛으로 젖은 곳 보이니
금관성에는 꽃이 활짝 피었네.
호우시절은 호사다마의 법칙을 깨트리고 인내하고 기다릴 때 찾아오는 반갑고도 희망으로 가득 찬 손님입니다. 인내하고 기다려야만 가뭄을 이겨낼 수 있는 반가운 비를 맞을 수 있게 됩니다. 비가 내릴지라도 모두 좋은 비가 될 순 없습니다. 이른 비가 필요할 때가 있으며 늦은 비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이른 비의 특성은 씨앗을 뿌리기에 적절한 부드러운 비의 양입니다. 늦은 비는 추수를 기다리기 전에 마지막 곡식을 영글게 하는 약비입니다.
인생은 가시밭길을 걸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을 꽃 길로 걷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돌이 많은 험난한 길을 걷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을 행복하게 걷는 이가 있습니다. 그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걷는 사람만이 이른 비와 늦은 비의 적절한 호우시절의 비를 맞을 준비가 된 자입니다. 호우시절의 비가 내리기 전에는 호사다마의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장애물의 가시 넝쿨 방해가 있기에 그 길에서 꽃 길을 발견하는 인생의 묘미를 깨닫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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