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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아메리카노 Americano의 수난

hherald 2025.03.03 16:38 조회 수 : 2622

트럼프가 유발한 관세 전쟁은 세계 도처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국경을 맞댄 멕시코, 캐나다와 유독 심한데 트럼프가 미운 캐나다인들이 애국심 차원에서 미국산 아메리카노까지 미워하고 있다. 캐나다 카페에서 메뉴판에 아메리카노 대신 캐나디아노 Canadiano를 써놓았다고 한다.
좋든 싫든 아메리카노는 '미국식 커피'로 인식되고 있어 간혹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진 나라에서 이 커피를 부를 때 자국 이름으로 바꿔 부르곤 한다. 러시아 총리가 약 10년 전 미·소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 러시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러시아노(россияно)로 바꿔 부르자고 했다. (미국이 프랑스와 사이가 나쁠 때는 프렌치프라이를 프리덤 프라이로 바꿔 부르자고 했으니 이름 바꾸기는 간혹 있는 사례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커피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군이 에스프레소가 너무 써서 물에 희석해 마신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유력한 설이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라는 명칭엔 '커피 맛도 모르는 양키놈들'이라는 경멸의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메리카노와 미국의 커피 역사에 대한 왜곡된 소문도 있다. 미국인이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된 것이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의 영향이라는 것. 영국이 홍차에 비싼 세금을 물리자, 식민지 미국인이 저항해 보스턴 항구에 차를 버렸고 이는 미국 독립운동으로 연결됐다는 것은 과장된 각본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미국인들이 홍차 대신 커피를 마셨으며 커피를 홍차와 비슷한 맛으로 만들고자 물을 타 아메리카노를 개발했다는 것은 미국판 삼류 애국 소설이다. 당시 차는 중국 - 영국 - 미국을 거쳐 운송비가 비쌌고 커피는 옆 동네인 쿠바, 브라질에서 가져와 매우 쌌다. 싸니까 마신 거다.

 

커피에 물을 타는 건 적어도 유럽에서는 마이너한 커피 문화다. (유럽에서는 커피를 우유에 희석해 마키아토, 카푸치노, 카페라테 등을 만든다)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어로 미국의, 미국식 등의 뜻이다. 아메리카의 어원이 아메리카가 새로운 땅임을 입증한 인물, 아메리고 베스푸치 Amerigo Vespucci에서 나왔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으로 스페인 세비야에 살았다. 말하자면 커피 문화의 대명사인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아메리카, 아메리카노가 나온 것이다. 진한 커피가 아닌 마이너한 커피. 이탈리아에서는 아메리카노를 그냥 구정물, 커피 문화에 대한 모욕으로 본다.

아메리카노에 붙은 캐나다의 정치적 시비, 원인은 트럼프다. 캐나다 수입품에 25% 관세,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주지사 등 외교적 언어가 아니라 조롱만 내놓는 그가 미운 거다. 한마디로 그냥, '반(反)트럼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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