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극단적인 반 이민정책 서슬이 퍼렇다. 추방 대상 이주민이 1400만 명. 학교든 종교시설이든 장소에 상관없이 들이닥쳐 잡아낸다. 붙잡힌 불법 이민자는 수갑과 족쇄를 채워 군용기에 실어 그들이 온 곳으로 추방한다. 그렇게 추방한 이민자를 못 받겠다고 하는 국가는 혹독한 경제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군용기에 태워 보내다 보니 민간 항공기 일등석보다 5배나 비싼데도 반드시 내쫓겠다는 각오다. 미국의 이익을 좇는 이번 관용 없는 추방에 미국도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
미국 한인사회도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추방 대상 한인이 15만 명 정도, 많은 한인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 이민자를 찾아 단속에 나섰다. 현장을 급습해 단속하는 과정에 범죄 경력이 없는 불법 입국자가 있으면 함께 체포한다. 불법 체류 중인 한국인이 처음 체포된 사례가 이미 보도됐다.
많은 한인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약 2만 명의 한인 입양자가 포함된다. 어릴 때 미국 가정에 입양됐지만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한 경우다. 미국 입양 가정으로부터 파양된 해외 입양자가 약 4만 명인데 절반 이상이 우리 한인들이다. 과거 미국으로 아이 한 명 입양하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그러자 조치는 나중에 하고 우선 입양하는 걸로 진행하다 보니 제대로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방치되고 파양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미국 입양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희생자가 된 이들이 이번에 또 '버림'의 아픔과 두려움 앞에 놓여 있다. 그들은 친부모로부터 한 번, 입양 가정으로부터 한 번, 두 번의 아픔을 겪었는데 이제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으로부터 또 한 번, 세 번째 상처가 기다리고 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추방하는 형벌은 오래 전의 일이다. 추방이 형벌인 것은 그가 속한 공동체의 보호를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추방은 단순히 살던 곳에서 내쫓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소와 사람의 단절, 사물과 사람의 단절, 인간과의 관계의 단절을 포함한다. 그래서 과거, 추방은 사형이고 죽음이었다.
독재자가 될 위험성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도자기 파편 조각에 적어 내 뽑힌 인물은 아테네 국외로 10년간 추방했던 도편추방제도 Ostracism.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민주정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했다지만 정적 政敵을 처리하는 부정적 수단으로 더 많이 이용됐다. 현대 영어에서 Ostracism은 소외, 왕따의 의미가 강하다.
그리 보면, 아테네의 도편추방이든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이든 제도란 운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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