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만 사람이에요. 중국인이 아니에요.> 이것은 요즘 대만에서 유행하는 여행 스티커에 적힌 문구다. 해외여행 중에 중국인으로 오해받는 것이 싫은 대만 사람들이 한국어, 영어로 이를 적어 캐리어와 가방에 붙이고 다닌다고 한다. 일본에 가면 일어로 적어 다닌다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오해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대만과 중국의 정치적 긴장으로 대만 사람들이 정체성과 문화를 강조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표현이라고도 한다.
중국이나 중국인을 혐오하는 혐중 嫌中, Sinophobia는 중국공산당을 반대하는 반중 反中과는 좀 다른데 넓은 범위의 중국과 관련된 요소들을 모두 혐오한다는 건데 당연히 중국인도 싫어한다. 그런데 혐중의 대상인 중국인에서 대만인과 홍콩인은 제외된다. 2020년대 이후 혐중은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중국을 벗어나면 공통의 감정이다.
한국도 중국과 문화, 역사 등 갖가지 사유로 항상 갈등이 존재했다. 그래도 일본 다음으로 싫어하는 나라였는데 2021년 이후 중국은 한국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됐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한국 젊은이들 사이의 반중 정서가 확산되면서 부터다. 대체로 전 세계적으로 중국을 싫어하는 연령대는 주로 50세 이상 장년 세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MZ 세대가 유별나게 중국에 부정적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MZ 언어로 ‘착짱죽짱’이라는 말이 있다. 짱이란 '짱깨'로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즉 ‘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뿐’이라는 뜻. 모든 중국인이 다 싫다고 한국 MZ들이 인터넷에서 쓰는 중국인 혐오 표현이다.
한국의 장년 세대처럼 무협지나 중국 무술영화를 보면서 자라지 않고 중국의 부정적인 요소만 많이 본 탓인지 모르지만, 현재 중국의 10대, 20대도 한국을 싫어한다니(중국 MZ 세대는 한국을 일본 다음으로 싫어한다) 양국 MZ 세대의 적대 정서가 서로 커지는 것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대만 사람이 주장하는 '나는 중국인이 아니에요' 처럼 영국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 일대에 최근 급격히 늘어난 홍콩인들은 "중국인은 맞습니다만 저는 홍콩 사람입니다."라고 말을 한다. 결국 속뜻은 '나는 중국인이 아니에요' 아닐까.
그런데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대만인이든, 홍콩인이든 이곳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나는 중국인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중국에 대한 혐오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중국과 나를 구분해서 나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지 말라고 청원하는 문장이 될 지, 중국인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함축된 혐오의 문장이 될 지는 받아들이는 이의 문제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더욱이 중국인과 중국인이 아닌 아시아인을 구분하지 않는 서구 중심적 사고에 함몰된 이들에게 '나는 중국인이 아니에요'라는 말은 "당신들만 문명인입니다"라는 말과 같은 말이라는 누군가의 지적처럼 제대로 곱씹어 생각해야 한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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