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편리함의 욕망입니다. 편리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인간이 누리려는 만족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수렁이 있다면 아마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욕망의 수렁일 것입니다. 편리함은 익숙함을 가져옵니다. 그 편리함이 익숙해지면 오히려 불편함을 가져오게 하여 더 차원 높은 편리함을 추구하게 됩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그릇된 것은 아닙니다. 편리함을 추구한 결과 현대 과학 문명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편리함은 익숙함을 낳고 그 익숙함에 길들여지다 보면 몸은 게을러질 뿐 아니라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익숙함을 거부해야 합니다.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을 택해야 합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생명이 몇 초간 연장된다는 기록을 해 놓은 전철역을 봤습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 0.15kcal가 소모되고 수명은 4초가 연장됩니다. 4초 그 자체만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지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일 수 있습니다. 마치 물 한 방울과도 같습니다. 한 방울의 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낭비한다면 결국 큰물의 손실이 있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촌각의 시각이 느낌조차 들 수 없는 미분 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이면 장수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농경 시대에는 많이 걸어야 동네를 벗어날 수 없는 생활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과거시험이라는 최초의 국가고시를 보기 위해선 도성의 한양을 향해 가야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태어난 곳에서 평생을 살다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걸어서 갈 수 없는 먼 곳으로의 이주는 보편적인 삶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자동차로도 갈 수 없는 해외 이주도 빈번해졌습니다. 현대 시대에 태어난 곳에서 자라서 성장하여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발전한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에 급속도로 발달한 도시 문명은 사람들의 삶의 구조 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바꾸게 됩니다. 이제는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으며 뜨거운 여름도 추운 겨울도 상관없이 가장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건물에서 산책하며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시절이 즐비합니다. 비 뿐 아니라 태양 빛이라든가 자연이 뿜어내는 각종 유익한 영양소와 관계없이 하루에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할 수 있는 도심 구조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하다 보니 빌딩 숲을 이룰 수 밖엔 없습니다. 고층 건물의 약점은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불편하니 엘리베이터를 만들고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습니다. 평지를 걸을 때도 도보보다는 다른 교통수단이라든가 평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합니다. 편리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여 과학 문명을 발전시키고 인간은 그 문명에 건강이나 마음의 풍요로움을 위협받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은 불편합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깊고 높은 계단을 자동으로 이동해 주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편리함 때문입니다. 육체는 지극히 작은 것에서 편리함과 불편함 중에 편리함을 택하는 것은 자기 편안함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편리할수록 뇌 활동이 줄어듭니다. 책상에 앉아서 머리만 쓰는 일을 하면 뇌가 활성화되기보다는 오히려 기능이 저하된다고 합니다.
하버드의대 뇌 의학 전문가인 ‘존 레이티’(John J. Ratey)의 저서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은 놀라움을 밝혀냅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300회 특집으로 다룬 책이기도 합니다. 뇌를 젊어 지게 하는 것은 정적이며 고상한 형태의 것이 아니라 걸어야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걸으면 걸을 수록 심혈관이 튼튼해 질 뿐 아니라 비만이 줄어들고 스트레스 한계점이 높아져서 일상의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뇌가 건강해 진다는 원리입니다.
지난번 아이들과 이케아(IKEA)를 방문하였는데 인기 있는 책상에 마음이 꽂힌 적이 있었습니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이어서 앉아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키 높이 맞춘 후 서서 공부하고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설계한 책상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육체에 심각한 질병을 유발합니다. 현대인들에게 새롭게 등장한 신종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의자병”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이 여러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자병(sitting disease)으로 분류했습니다.
“세계 보건기구는 오래 앉아 있는 생활습관이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의자병이라고 명명했다. 의자병은 하루 7~8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병이다. 근골격계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소화기 질환, 당뇨병, 비만 등을 유발할 수 있다.”(건강보험공단 20.11.2 기사)
익숙함에 길들여질수록 육체는 연약해 집니다. 그렇다고 육체의 건강을 위해 불편함만을 택할 순 없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이동에 최적화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은 책임이 되고 그 책임은 습관이 됩니다. 편리한 습관에 익숙하기보다는 조금 불편할지라도 몸을 움직이는 편을 택한다면 조금은 더 건강한 뇌와 삶을 영위해 갈 수 있습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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