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에서 '쾌락 결혼 pleasure marriage'라는 몹쓸 관습이 최근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시아파 무슬림에 의해 행해지는 쾌락 결혼은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고 일시적으로 혼인을 하는 것이다. 남성 관광객이 임시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현지 여성을 소개받아 비공식적인 결혼식을 치르고 짧은 기간 부부가 된다. 아내가 된 여성은 관광객인 남편과 성관계를 맺고 집안일도 하는데 남편이 출국하면 이혼이다. 이렇게 20번을 결혼한 여성도 있다고 한다.
2019년에 BBC 탐사보도팀이 이라크에 가서 '쾌락 결혼'의 실상을 취재한 바 있다. 이라크의 중요 성지 聖地 근처에 있는 결혼중개업체에서 이슬람교 성직자들이 성관계 대상자를 구해주고 있었는데 일부 업체는 9살 소녀와도 결혼을 알선해 줄 수 있다고 했다. BBC는 성직자들이 사실상 포주 역할을 하며, 자신의 종교적 지위를 아이들의 성적 학대에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포주 격인 성직자들은 9살 이상이면 쾌락 결혼이 가능하고 결혼 기간에 시간제한이 없다고 기자에게 말한다.
이슬람 율법에 미성년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도 하지만 시아파 성직자들은 여아는 9세, 남아는 15세에 성숙하다고 이슬람 율법이 간주한다고 해석하며, 따라서 이 나이에 결혼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9살 소녀와의 쾌락 결혼을 성직자가 주선하는 거다. 더욱이 BBC 탐사보도팀이 이를 취재하던 당시 이라크는 15년 간의 전쟁이 끝난 이후, 100만 명의 여성이 과부가 되거나 버려져 수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빈곤으로 인해 '쾌락 결혼'에 응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있었다.
'쾌락 결혼'은 원래 남성이 여행 중에 아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생겨났다고 하는데 오늘날은 남성과 여성이 정해진 기간 성적인 관계까지 허락하는 개념으로 변질됐다. 시아파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니파가 국가에도 이른바 '미샤(misyah)' 결혼이라고 남성에게 편리하고 여성에게 혹독한, 유사한 관습이 있다.
최근 남성 여행객의 쾌락 여행지로 문제가 된 인도네시아의 경우, 가난한 시골 여성과 결혼하면서 남성 관광객은 신붓값으로 고작 500달러를 낸다고 한다. 여성이 실제로 받은 돈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5일 살고 이혼, 일주일 살다가 이혼, 남자가 출국하면 그냥 이혼이다, 이렇게 20번을 결혼한 여성. 이것이 단지 논란이 많은 종교 관습이라고만 할 일일까.
대부분의 이슬람 학자는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관행으로 본다. 인도네시아 법에도 저촉된다. 코란의 가르침도 부녀자에 대한 폭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쾌락 결혼은 분명 범죄다.
그런데 왜 이런 게 횡행할까. 남성에게 유리한 관습을 합법적인 것으로 유지하려는 일부 이슬람 법학자들의 몽매 蒙昧가 문제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도 어떤 종교적 비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그들의 몽매, 결국 대가를 치르는 건 어린 소녀와 여성들인데...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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