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광복절이 오면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즐겨 인용했다. 벌써 3번째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떠올리면서 또 옮겨본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이 시를 쓴 심훈 선생도 광복을 보지 못했다. 주권이 없었던 식민지는 광복이 와도 승전국이 되지 못했고 이런 절규로 저항했던 우리 선조들의 노력은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광복을 우리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마치 미국을 위시한 연합국에 의해 주어진 것으로 치부됐다. 그렇게 된 데는 광복을 원치 않은 세력들, 어쩔 수 없이 광복이 되자 친일파에서 친미파로 재빨리 갈아탄 이들의 독립운동에 대한 폄훼도 큰 몫을 했다.
북한의 국경일과 기념일은 남한과 다르다. 그런데 8월 15일 광복절만은 남북한이 함께 하는 유일한 기념일이자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다. 일본은 종전기념일, 공식적인 명칭은 <전몰자를 추도하여 평화를 기원하는 날>. 영국은 8월 15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한 날로 V-J Day(Victory over Japan Day)인데 일본군에 의해 사망한 영국 군인들을 위한 세레모니가 런던에서 열린다.
영국의 한인들에게도 광복절은 가장 의미 있는 날이었다. 만사 제쳐두고 광복절은 반드시 챙겼다고 할까. 대사관, 한인회, 교민회 등이 각자 경축식을 가졌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고 광복절 경축식을 어느 단체에서 하느냐를 두고 다툴 정도였다. 오래전부터 재영한인사회에서 경축식을 했고 한인회가 순조로울 때는 해마다 광복절을 전후한 주말에 킹스톤 페어필드에서 코라인 페스티발을 성대하게 열었다. 많은 분이 추억으로 간직하는 아름다운 풍경,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퍼레이드는 광복절 '코리안 페스티발' 행사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번에 제36대 재영한인총연합회(회장 황승하)에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뉴몰든 쥬빌리 광장에서 한인들의 참여 행사로 개최한다. 중앙 무대와 단상을 만드는 등 제법 축제의 형태를 갖추고 우리가 쟁취한 '승리의 날'을 경축하고자는 것이다.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도 있다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모습으로 맞을 우리의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인들이 모두 모여 '제대로' 하나가 됐으면 한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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