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만나야 합니다. 만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로서 살아가는 기쁨이 있습니다. 또한, 너는 너로서 살아가는 기쁨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반쪽짜리 기쁨일 뿐입니다. 너와 내가 서로 만나서 하나가 되고 우리라는 공동체의 한 몸이 될 때 기쁨은 완성이 됩니다. 분명한 사실은 나는 나로서 존재해야 하고, 너는 너로서 존재해야 합니다. 너와 내가 만남으로 개인으로 존재했던 의미 없는 날들을 깨뜨리고 비로소 하나 된 우리가 됩니다.
그 옛날 인류의 조상 아담이 아담으로서만 존재했거나 하와가 하와로서만 존재했다면 인류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너는 나이고, 나는 네가 되는 창조의 법칙인 우리가 되므로 그들은 인류의 시조가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들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 나라는 존재는 더욱 나다워지는 것이고, 너라는 존재 역시 더욱 선명하게 너다워지는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생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 하나가 되는 신비한 존재입니다.
내가 너와 하나가 되려면 만남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만남은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며 행복입니다. 반면 만남으로 인해 고통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만남을 후회하거나 다시는 그런 만남을 원하지 않아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허다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본질을 흐려지게 하는 일들은 많습니다. 그렇다고 본질을 버릴 수 없습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본질을 추구하는 삶은 결국 본질로부터 오는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행복과 기쁨은 같은 의미이기도 하지만 의미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행복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현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기쁨은 표면적 현상을 있게 하는 원천과 같습니다. 호수의 물을 그대로 방치해 두게 되면 물은 부패하여 악취를 풍기게 됩니다. 그래서 분수를 만들어서 물에 신선한 공기를 주입시킬 뿐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을 선물해 줍니다. 분수의 물이 하늘 높이 치솟아 떨어질 때의 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이 들려집니다.
분수의 솟아오르는 물은 행복과 같습니다. 보이는 현상입니다. 분수의 물은 홀로 솟아오를 수 없습니다. 물의 근원을 뿜어 주어야 합니다. 분수의 근원이 되는 것은 기쁨과 같은 원리입니다. 기쁨의 물이 뿜어 주어야 행복과 같은 보이는 분수 쇼를 연출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삶에서 기쁨은 마음 근원에서 시작됩니다. 그것이 행복이라는 현상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그 기쁨의 근원은 만남을 통해서 생성됩니다.
정선을 여행하면서 만남의 기쁨의 원천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의 시조가 되는 골지천과 송천강의 만남입니다. 두 강의 만남의 지역을 아우라지라 부릅니다. 골지천은 삼척의 골짜기에서 시작되어 흐르고 흐릅니다. 숲길을 지나고 누구도 보지 않을 어두침침한 골짜기를 흘러 내려옵니다. 그렇게 흐른 강은 정선의 여량면 아우라지에서 다른 셋강과 만나게 됩니다.
골지천이 만나는 다른 셋강은 송천강입니다. 강원도 평창의 도암면에 위치한 황병산 자락에서 시작하여 산세를 타고 흘러내리다 정선의 여량면에서 만나 아우라지가 됩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셋강이 서로 만남을 통해 강물을 이루고 두 셋강은 조양강을 이루고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의 근원이 됩니다. 두 강의 만남이 서로 어우러져 아우라지가 됩니다. 아우라지의 강에는 선남선녀의 애틋한 사랑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강 이편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소녀가 강 하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강건 맞은편에는 소녀를 그리워하는 청년이 서 있습니다. 아우라지 출렁다리의 입구에 선남선녀가 서로를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다리를 건너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사랑의 다리가 되어 줍니다.
과거 강원도에서 목재가 될 만한 나무들을 벌목하여 뗏목으로 엮어서 한강 상류에서 시작하여 한양까지 운송했다고 합니다. 소녀가 사랑한 총각은 그날도 뗏목을 타고 한양으로 갔지만, 소식이 없었습니다. 소녀는 매일 매일 아우라지 강가로 나가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그 사랑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녀의 사랑을 기리기 위해 가로등에도 소녀의 애틋함이 담겨 있는 형상을 만들어 놓았으며 아우라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사랑의 불씨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사람의 원천이 됩니다.
소녀와 총각의 순수한 만남, 그것은 골지천과 송천강의 만남을 통해 아우라지가 됩니다. 둘이었으나 만남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어우러짐의 아우라지가 됩니다. 아우라지가 되는 곳에는 모래가 쌓여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는데 그곳을 일컬어 모래불이라 합니다. 아우라지 부근에 모래불 패션이 있어서 그곳에서 여정을 풀어 인생을 배우게 됩니다. 하나로 살아갈 때는 하나로만이 얻어지는 행복과 기쁨이었지만 둘이 하나가 될 때는 기쁨의 원천은 확장되는 것이기에 행복의 크기도 커진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골지천과 송천이 만나 아우라지가 되는 것처럼
너와 나의 만남이 비로소 우리가 되는 비밀을 터득하게 됩니다.
우리가 될 때 인생 여행은 더 큰 기쁨의 원천을 얻게 되는 것이고
기쁨에서 솟아나는 행복은 나와 너뿐 아니라 세상에 행복을 나눠주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