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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책갈피너와 함께라면

hherald 2024.07.22 19:04 조회 수 : 859

예전에 이런 유머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무엇인가 하는 겁니다. 여러 답이 있었지만, 정답은 "너와 함께 라면"이었습니다. 영국의 국영 텔레비전에선 여러 퀴즈쇼를 방영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은 지긋한 나이를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문제의 수준은 거의 백과사전을 암기한 듯 정확한 연도와 사실적 숫자를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볼 때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입니다.

 

아주 오래전, 수십 년 전에 나온 문제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당시의 문제는 교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영국의 웨일스의 땅끝마을인 ‘랜즈 엔드’(Land's End)에서 영국의 수도인 런던(London)까지 가장 빨리 오는 방법에 관해 묻는 물음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지도를 펼쳐서 버스와 택시, 기차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구체적인 금액이 얼마이며 걸리는 시간을 정확하게 대답했습니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어서 오직 지도에만 의존했던 시절에는 여행에서 지도를 세밀하게 공부하는 것은 정말 중요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많은 답이 있었지만,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실제의 방법과 시간을 묻는 것보다는 일종의 난센스 문제였습니다. 정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였습니다. 인생은 여행입니다. 여행의 길이는 자신에게만 주어져 있으며 그 기간은 철저한 비밀입니다. 그래서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상의 여행을 해야 합니다. 여행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그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삶의 한 부분을 나누는 것입니다.

 

강원도 정선에서 아주 소중한 벗을 만났습니다. 만남이 깊어지려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너무 강한 주장을 한다면 좋은 벗이 될 수 없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게 경청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과 마음의 교집합을 이루게 되고 생각과 영혼이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강한 성격은 부러지게 마련입니다. 주변에 친구가 없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자신을 돌이켜 봐야 합니다.

 

친구보다 벗이라는 말이 더 좋아 보입니다. 같은 의미이긴 하지만 들려지는 정감이 달라집니다. 친구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벗은 누구나 될 수 없습니다. 벗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 마음 아래 있어야 합니다. 영어의 이해한다는 말은 언더스텐드(understand)입니다. 이 말은 두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아래를 나타내는 언더(under)와 서다의 스텐드(stand)입니다. 즉 그 사람의 아래 서는 것을 뜻합니다. 그의 마음 아래, 그의 생각 아래, 그의 인격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그를 이해하는 행동입니다.

 

아래에 선다는 것의 실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높아지기를 힘쓰기 때문입니다. 잘난 체하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학식이 더 높다는 것을 과시하기를 좋아합니다. 먹는 것도 더 좋은 것을 먹는다고 자랑하게 됩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입고 있는 옷과 사용하는 자동차 등 모든 것이 월등함을 과시합니다. 백여만 원에 가까운 운동화를 신고는 은근히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핸드폰 케이스를 삼백만 원이 넘는 것을 주문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내내 은근히 테이블 위헤 올려 놓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보아 누가 케이스가 멋지다고 물어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들이 낮게 걸려 있어서 어른들은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숙여 관람해야 해서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그 높이가 맞는 것이지만 어른들의 높이는 불편할 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른을 위한 높이에 걸린 미술 전시품들은 아이들은 올려다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을 것입니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생각에 맞추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이는 사람과 사람이 벗으로서 영글어져 가는 과정의 공통분모입니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오랍뜰’ 카페를 벗님들과 방문했습니다. 작은 카페지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입구에 '나태주'시인의 시가 적혀 있었습니다.

 

“인생은 여행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너와 함께라면

 인생은 얼마나 가슴 벅찬 하루하루일 것이며

 아기자기 즐겁고 아름다운 발길일거냐

 너도 부디 나와 함께 힘들고 지치고 고달픈 날들

 여행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구나.” <나태주 시인>

 

만남이 불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남 자체가 복이 되고 격려가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런 사람이기 전에 나 자신이 상대를 향해 복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그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아래로 내려서야 합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그 사람을 통해서 배우려는 자세입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말이 있지만 그런 세계관으로는 사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물이 아래로 흘러가듯 아래로 내려서야 그 사람을 얻을 수 있고 벗과 소중한 삶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인생은 길위의 여행입니다. 바르게 가기도 하지만 때론 잘 못 된 길이어서 다시 돌아가 갈 때도 있게 됩니다. 인생 여행길에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영혼을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며 인생 여행길의 의미를 북돋을 수 있는 기쁨의 원천입니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은 행복한 여행이 됩니다.

그대는 그러한 벗이 있는가 묻고 싶어집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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