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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박옥진(엘리자베스 박)의 유리천장

hherald 2024.06.03 18:08 조회 수 : 650

지난달 영국의 한인사회는 박옥진 구의원이 킹스턴 자치구 의회에서 부시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단연 화제였다. 영국 이름은 엘리자베스 박. 그는 한인이 처음 영국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이 됐다는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보다 영국에서 한인이 지방자치단체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 더 큰 선물이라고 할까.

 

거의 모든 한국 매체에서 한국계 부시장의 탄생을 알리며 그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그의 포부까지 전했다. 찾아보니 그의 고향 충청남도 당진시에서 발행하는 매체는 고향, 출신 학교, 부모님까지 소개했다. 언제 유학을 와서 어떤 과정으로 간호사라는 직업을 갖게 됐는지도 설명한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고 좋은 일을 알리고 퍼뜨리는 것은 더할수록 더 좋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의 기저에 희미하게 유리천장이 보여서 박옥진 부시장이 이룬 성취의 본색이 바랠까 조금 아쉽다. 그의 오늘이 유리천장을 깨고 이룬 성취라고 평가받을 이유가 없고 그렇게 평가해서도 안 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되고 2년 만에 부시장으로 선임된 그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자기가 부시장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킹스톤은 지방의회에서 시장과 부시장을 선임한다.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생활과 곧바로 관련이 있는 업무들을 담당하니까 의원 활동에 세밀해야 하고 또 한 편으로 우직하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구의원들은 대체로 생업을 병행하지만 그렇다고 게을리하다가는 의원 간에 인정 받지 못하고 자리보전조차 어렵다고 한다. 정치 연륜이 짧은 그가 정치인 사이에 이런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노력과 능력이다. 유리천장을 깨고 부시장이 된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 의원이라는 '여성 유리천장 지수'에 국한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영국의 한인사회가 현지사회 진출을 바라면서 워낙 전문직 타령을 하다 보니 의사, 변호사 재원은 풍부하지만 아쉽게도 현지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제 정치가 우리와 멀리 있지 않고 오히려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하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됐다.
그는 '한인 권익 보호와 노약자 복지'에 관심 있는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 한인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분열을 아파하고 한인 차세대의 성장과 지원을 고민한다.

 

박옥진 부시장은 2026년 선거에서 구의원으로 또 당선되면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말처럼 의원으로서, 부시장으로서 잘 해야 하며 '모범적인 한인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필수다. 

그는 올드 몰든 지역구에서 자유민주당 Liberal Democratic Party 소속으로 구의원에 당선됐다. 바라건대 선거든 주민 행사든 제발 한인들이 많이 참여하자. 한인들이 많이 참여해 박옥진 부시장에게 힘이 되어 주는지 아닌지가 '모범적인 한인 정치인'의 지표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재영한인들의 관심과 참여, 그것이 박옥진 부시장의 진짜 유리천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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