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el, Noel, Noel, Noel...'
캐럴 Carol 하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떠오르지만, 원래는 종교와 상관없이 야외 축제 등에서 기뻐서 부르는 음악을 몽땅 캐럴이라 했다. 캐럴이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carole)를 거쳐 영어로 넘어왔는데 '둥글게 추는 춤'의 뜻이 있다. 그래서 영영사전에 노래가 곁들어진 둥글게 추는 춤 'a round dance accompanied by singing'이라는 해석도 함께 있다.
크리스마스에만 불리는 캐럴은 4세기에 시작됐다. 밀라노의 대주교 암브로시우스가 만들었다는 성가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여'가 역사상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그런데 캐럴은 14세기부터 유행하며 오히려 영국에서 발전한다. 16세기 초에 최초의 캐럴집이 나온다. 지금의 캐럴은 사실 중세 후기 영국의 노래에 가깝다. 캐럴이 가장 많이 만들어진 곳은 영국이며 크리스마스 캐럴이라고 하면 영어권 노래를 주로 생각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마냥 발전한 것은 아니다. 켈트족의 문화가 스민 이 노래를 종교개혁 때 금지했다. 기독교를 엄숙하게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유행가처럼 민중들이 캐럴을 소비하니 종교개혁자들은 이교도의 풍습이 있는 곡으로 치부하고 이를 금지하려 했다. 이에 점점 사라지는데... 19세기 영국에서 아이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캐럴을 불러주며 예수 탄생의 기쁨을 노래로 들려주는 ‘캐럴링’이라는 풍습이 유행하면서 캐럴은 다시 살아난다. 20세기 들어 크리스마스 캐럴은 종교의 영역을 벗어나 활발한 현대의 대중문화로서 새롭게 인기를 누린다. '루돌프 사슴코'에는 종교 얘기가 없다. 이처럼 캐럴은 다양한 갈래로 발전하는데 우리가 어릴 적 부르던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하는 노래의 멜로디도 독일의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빌려왔다.
이런 시대에 캐럴이 금지된 나라들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이슬람 국가는 크리스마스가 불법이라 캐럴이 금지곡이다. 북한도 금지한다. 뜬금없이...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Noel, Noel, Noel, Noel'이 후렴구에 반복되는 '퍼스트 노엘'. ‘저들 밖에 한밤중에’라는 가사로 우리에도 친숙한 이 노래는 한국 최초의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이기도 하다. '사의 찬미'로 유명한 성악가 윤심덕이 1927년 일본에서 녹음한 이 음반이 2013년에 복원돼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은 1942년 빙 크로스비가 부른 '화이트 크리스마스', 2009년까지 5천만 장 넘게 팔렸다고 한다.
얼마 전 재영노인회합창단이 존루이스 백화점에서 시민들에게 캐럴을 선물했다. 존루이스 측에서 올해 지원할 커뮤니티로 한인노인회를 선정하자 화답의 의미로 캐럴을 불렀다고 한다. 반응이 좋아 20일에 앙코르 요청을 받았다는데, 'Noel, Noel, Noel, Noel...' 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한인 어르신들의 '퍼스트 노엘'을 들을 기회가 있는 크리스마스가 참 좋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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