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한인회장 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 역시 치열했는데 이런 불필요한 치열함은 개선해야 할 요인으로 지적됐다. 선거에 참여했든, 않았든 선거가 있는 걸 알았던 한인 중 열에 아홉은 이런 선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졌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한 두 해 전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백년하청 百年河淸이었다. 매번 '새로운' 한인회를 수립하겠다면서 '새' 한인회장들이 나왔지만, 돈에 얽힌 선거법은 개선되지 않았고 수십 년째 한인회장 선거는 여전히 흐린 물이다.
한인회는 봉사단체다. <재영한인회는 영국 차리티 Charity에 등록 (Charity Register : 1040160)되어 있는 정식 단체입니다>라고 한인회 사이트에도 나와 있다. 한인회는 자선단체 charity라는 말이다. 자선단체란 자선활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사전적으로 봐도 자선은 타인에게 인정과 자비를 보내는 것,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다.
재영한인회의 차리티 기준에서 보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은 경제적으로 좀 풍족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아무나 봉사하려고 덤빌 수 없다. 봉사단체의 장이 되려면 적어도 만 파운드는 있어야 한다. 자선단체의 장을 뽑는 데 힘을 보태려 투표권 한 장이라도 얻으려면 60파운드를 내야 한다. 돈 내고 장이 될 자격을 얻고 돈을 내야 투표를 할 수 있는 자선단체?
이런 구조의 문제를 가장 깊이 체험했을 후보가 회장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비단 이번 제36대 선거만 해도 지난 제35대 선거보다 공탁금과 한인회비가 두 배 올랐다.
어쨌든 이제는 이 고리를 끊을 노력을 해야 한다. 한인회비를 올려 한인회 수입이 늘었다면 그 혜택이 한인들에게 돌아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선거를 위해 어떤 사유로 한인회비를 냈든, 자신의 지지자를 위해 회비를 냈을 것이다. 회비는 단체를 위한 후원금이다. 차리티 단체의 성격에 맞게 후원금을 사용해야 한다.
선거 때 수만 파운드가 들어와도 불과 한 달도 못 되는 기간에 허겁지겁 다 쓰고 0원을 넘기던 관행을 이젠, 끊어야 한다. 자선단체는 후원금을 자선활동에 사용해야지 제 식구와 측근들의 혜택을 위해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한인회 집행부는 한인들이 낸 한인회비를 1파운드까지도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내용을 알려야 하고 4만 재영한인들은 4만 명의 감사가 되어 우리들이 낸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감시해야 한다. 평소에 냈든, 선거를 한다고 냈든 한인회비는 모두 한인회비다. 그것은 공금이지 눈먼돈이 아니다.
한인회비는 떠나는 한인회장이 그냥 챙겨가는 퇴직금이 아니다. 이런 잣대는 신임 제36대 한인회가 임기를 마칠 때도 같아야 한다. 그래서 이젠 제발 제대로 하자.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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