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법, 김영란법, 민식이법, 윤창호법, 구하라법 등 사람 이름을 딴 법안이 많다. 법률안에 피해자나 입법에 기여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네이밍 법안'이라 하는데 길거나 딱딱한 이미지의 법안명을 쉽게 해 국민적 관심을 받아 공론화가 쉽다는 이점이 있다. 형사법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사용하면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있지만, 네이밍 법안은 홍보와 관심 끌기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법안을 발의하는 사람은 이를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프레이밍 기법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나온 법안일까? 이름하여 '김건희법'.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데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치해 ‘개 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올해 안으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법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식의 표현으로 이를 '김건희법'이라 부르자는 분위기를 띄웠다.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의원들은 '개 식용 금지법을 김건희법이란 별칭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동물애호단체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단체들은 그 의원의 말이 사실무근이라며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 법안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했지만 단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돕고 싶다' 했을 뿐이라며 동물단체들 내부에서는 '김건희법'으로 부른 적 없다"고 했다.
여야가 모처럼 뜻을 모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 소속 여당 의원이 '김건희법'을 들고나오니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김건희법 호칭은 초당적이지도 않고 입법 환경의 조성에도 장해가 될 게 분명하다'는 비판에 이어 같은 당에서도 '주권자인 국민들의 반감만 키울 것'이라거나 '대통령을 무슨 신적 존재로 떠받들며 천재적 아부를 하던 자들이 이제는 대통령 부인에게까지 천재적 아부를 한다'는 비난이 나왔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개 식용 종식을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개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건희 여사가 동물보호와 개 식용 반대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것은 맞지만 이 말은... 팩트체크로는 사실, 아니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심지어 스위스에서도 개고기를 먹는다.
각설하고, 지난해 기준 국민 10명 중 6명은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데 동의했다. 10명 중 9명은 개 식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동물 권리 단체와 생계 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식용견 업계 사이에 견해차가 있지만 이쯤 되면 대부분 이젠 이 논란도 끝낼 때라고 공감한다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 우려하는 것이다. '김건희법'이라는 이름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이 이 법안의 관심사가 절대 아니다. 정치꾼이야 별칭으로 부르느냐, 아니냐에 관심이 있겠지만 국민은 실제로 법안을 통과시키느냐 아니냐에 관심을 두고 지켜볼 뿐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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