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廉恥. 청렴할 염廉, 부끄러울 치恥. 청렴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염치'다. 사전에서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나온다.
당연히 모든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특히 높은 지위,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요구된다. 염치가 있으면 스스로 반성할 줄 알고, 정당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줄 알며, 비난받을 일을 다시 만들지 않고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그런 이들이 염치가 없으면 오히려 구성원들이 힘들고 사회가 지저분해진다. 염치를 깨면 '파렴치 破廉恥'가 된다.
이번 잼버리 행사의 파행 후 대한민국의 높은 지위,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염치가 없다는 말이 딱 적절하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이 폐영식에서까지 "야영장 대피 후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이번 잼버리의 파행을 애들러 비판했는데 한국의 책임자들은 준비하지 않은 부실을 반성하기는커녕 "그들이 한국의 위기 대처 능력에 놀랐다"고 오히려 자랑했다.
염치가 없다 보니 문제를 전체주의식 사고로 해결하려 드는 것도 드러났다. 케이팝으로 잼버리 파행을 덮어보겠다는 유치한 계획을 세우고 아이돌들을 무리하게 무대에 세웠다. 케이팝 공연 일자를 폐영 전으로 미룬 것이 안전 때문이 아니라 조기 퇴영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말이 많았다. 스카우트 대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카카오와 하이브가 수십억 원의 상품을 기부했다고 문체부가 자랑했다.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관련사 카카오를 금융위원회가 압수수색을 한 날, 아이브가 행사에 출연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카카오는 10억 원 상당의 상품을 '자발적'으로 기부했다. 유독 자발적이라는 말을 강조하는데... 강제 동원과 다를 바 없는 지원이나 봉사의 사례는 이밖에도 너무 많다.
정부가 하는 행사는 이래도 된다는 전체주의식 사고가 문제인데 이런 비상식적이고 부실한 과정과 행위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문제다. 안전 문제를 핑계대면서 콘서트는 전혀 안전하지 않은 일정으로 무리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외신이 이를 꾸짖는다. 한국 정부가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 가수들을 사실상 강제동원했고 공공기관 직원 1000여 명이 콘서트를 돕기 위해 전시 강제징용 수준으로 동원됐다고 했다. 외신들은 '잼버리 콘서트에서 누가 혜택을 받느냐'고 되묻고 있다.
'청소년들 뒤에 숨어 무능함을 면피하려는 염치없음'. 그들이 받을 평가서다. 동원된 아이돌 중 나이 어린 맴버는 15살, 평균 나이 17살의 팀들이 많다고 한다. 그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어른들은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염치 있는 사람의 언행은 아름답고 염치없는 사람의 언행은 추하고 역겹다는데... 그들, 참 염치가 없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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