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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요즘 시체 밀매 네트워크가 경찰의 주목을 받는다. 주로 의대 등에 기증된 시신을 몰래 빼내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매하는 범죄다. 지난여름 제레미 폴리라는 남성이 하버드 의대 영안실 근무자가 빼돌린 해부용 시신 의 신체 부위를 구해 페이스북에서 판매하다 잡히자, 시신 암거래 네트워크가 있다고 경찰에 실토했다.
이번에는 제임스 노트라는 미국 남성의 아파트에서 인간 두개골 40개가 무더기로 발견됐는데 경찰은 제임스 노트가 제레미 폴리와 시신 거래를 한 것으로 본다. 페이스북 메시지에 서로 이름이 등장한다. 그러나 살인을 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외부에서 구해 집에 전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것으로 본다.
집에 사람 두개골 40개와 다양한 인간 뼈를 갖고 있었던 제임스 노트는 시신 거래를 하면서 '윌리엄 버크'라는 가명을 썼다. 19세기 영국 에든버러에서 10개월 동안 16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윌리엄 버크는 윌리엄 헤어와 함께 2인조로 활동한 시체도굴꾼이었다. 19세기 에든버러 의대는 해부학의 성지였고 영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의사 지망생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해부학 교수들은 각자 해부학 실습실을 운영했다. 그래서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가 많이 필요했는데 당시 스코틀랜드 법은 범죄자, 범죄피해자, 고아, 신원 미상의 시신만 카데바로 쓸 수 있었다. 인구 10만 명에 불과한 에든버러에서 자연스레 카데바를 구하기란 힘들었다.

 

에든버러 의대의 녹스 교수는 시체도굴꾼인 윌리엄 버크에게 카데바를 부탁했다. 2인조 도굴꾼은 묻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를 도굴해 공급했다. 당시 법에 시체는 주인이 없어 도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입이 짭짤했지만, 소문이 나 유족들이 시신을 지키자, 시체 도둑질이 어려워 직접 시체를 만들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사람을 납치해 질식사시켜 녹스 교수에게 카데바로 계속 공급했다. 그러다 어느 매춘부를 살해해 의대에 보냈는데 의대생 중 한 명이 그녀의 단골이라 시신을 알아보고 경찰에 알려 범행이 드러났다고 한다.
버크는 10개월 동안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나온다. 언제, 누구를 얼마에 팔았는지 일기에 남겼는데 16명에 대한 기록이 있다. 공범인 윌리엄 헤어는 버크를 배신해 검찰에 팔아넘기고 풀려난다.

 

버크는 1829년, 2만 5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수형을 당한다. 법에 따라 그의 시신은 에든버러 의대에 넘겨지고 카데바가 된다. 그의 해골은 아직도 교재로 사용된다.
윌리엄 버크는 사람을 납치해 코와 입을 막아 질식사시키는 방법만으로 살해했다. 그래야 깨끗한 카데바를 얻을 수 있고 살인의 의구심도 지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은 ‘질식시켜 죽이다(to burke)'라는 영어 동사형으로 쓰이게 되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신과 신체 부위를 밀매한다는 기막힌 소식에다 사람의 시신을 상품으로 만들었던 윌리엄 버크같은 인물까지 불러온다니 참 기가 막힌다. 
일전에 카데바 인증샷 등 해부실에서 장난친 의대생 얘기에도 분노하고 난리 나는 요즈음, 고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할 줄 모르는 시체 도둑질이 이뤄지고 있다니 현대판 시신 도굴꾼들을 어찌 다뤄야 할까.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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