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영국이 70년 만에 국상 國喪을 치른다. 여왕이 사망할 경우 여러 가지 사회적 여파를 고려해 신속하고 차질 없이 장례를 치르는 공식 계획(프로토콜 protocol)을 1960년대부터 마련해두었는데 이를 '런던 브리지 작전 Operation London Bridge'이라고 불렀다. (남편인 필립공의 코드는 Forth Bridge였다) 여기에는 신속한 연락, 정보 전달, 장례에 따른 자원 확보, 공공 질서 유지 등이 포함되는데 이 작전의 일부를 엘리자베스 2세 본인이 수립했다고 알려졌다. 실제 '런던 브리지'라고 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나 여왕이 사망하면 왕실에서 총리 관저에 사망 소식을 전할 때 '런던 브릿지가 무너졌다 London Bridge is down'이라고 말한다는 일설이 돌기도 했다.
그런데 여왕은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여름의 대부분을 보냈던 스코틀랜드의 사유지, 왕실 여름 별장 벨모럴 성 Balmoral Castle에서 타계했다. 런던이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사망한 까닭에 런던 브리지 작전이 아니라 자매 작전으로 마련한 '유니콘 작전 Operation Unicorn'이 실행됐다. 왜 유니콘?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니콘은 스코틀랜드의 상징이다. 영국 왕실 문장을 보면 왼편에 머리에 왕관을 쓴 사자가 있고 오른편에 목에 왕관을 걸친 유니콘이 있다. 사자가 잉글랜드를, 유니콘이 스코틀랜드를 상징한다. 그래서 유니콘 작전이라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사망 전 영국에서 있었던 마지막 국왕의 장례식은 1952년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사망이었다. 70년 만의 큰일인데 국왕의 장례식을 치러 본 실무자들은 모두 죽고 아무도 없다. 유니콘 작전을 실행할 이들은 이런 경험이 없다. 그래서 마련해 둔 프로토콜에 따라 착실히 수행할 따름이다. 작전은 여왕 사망 당일인 9월 8일, D-Day로 시작해 장례식이 있을 9월 19일을 D+11로 여왕이 윈저성 내 성조지 교회에서 부군인 필립공 옆에 영면하는 것으로 마친다.
여왕의 서거에 거의 모든 국가, 대부분 지도자가 애도를 표했다. 영국의 과거 식민지 국가들, 갈등을 겪은 바 있는 국가들도 여왕을 추모했다. 영국이 과거 식민지에서 한 악행이 있는데도, 아일랜드 문제나 포틀랜드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국가 상황과는 별개로 모두 한목소리로 애도한다.
물론 영국과 악연이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고인을 폄훼하고 악평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런 국가들만큼 영국과 특별한 갈등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일부 네티즌이 여왕에 대한 악담에 동조하는데 참 철딱서니 없다. 영국은 6·25 참전국으로 우리가 도움을 받은 역사도 있다.
영국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계획했다가 여왕의 사망을 기리는 의미에서 파업을 철회했다. 축구 경기도 연기했다. 재영동포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추석 모임을 취소했고 모임을 해도 노랫소리가 없었고 목소리를 차분히 했다. 상중에는 특히 예의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 일부 네티즌의 일탈, 제발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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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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