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국에 사는 교민들의 역사에 처음 한인회가 생긴 것이 1958년이라고 한다. 엄연히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정설로 받아들인다. 물론 처음부터 한인회란 이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당시는 유학생들이 모여서 만들다 보니 '재영한국유학생회 在英韓國留學生會'라 했다. 대사관이 런던 서남쪽 카도간 스퀘어 Cadogan Square에 있었는데 대사관 회의실에서 그해 삼일절 행사를 마치고 유학생들이 이왕 모였으니 모임을 하나 만들자 해서 결성됐다. 63년 전 유학생 6인이 모여 한인회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는 유학생이었지만 훗날 이 6인의 발기인이 정치, 경제, 학문 등 한국사에 남긴 발자취는 대단하다. 물론 각자의 삶이 다 박수 받을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영국에 유학을 하러 갔다면 당연히 내놓으라 하는 금수저였을 테지만 그래도 영국에서 유학생회를 만들 때는 학생 신분인지라 생활이 빠듯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회비를 냈는데 연회비가 10실링 Shilling이었다. 지금은 없지만, 당시는 파운드와 펜스 사이에 실링이란 단위가 있었다. 계산도 복잡하다. 1파운드 = 20실링, 1실링 = 12펜스였다. 1958년의 1파운드를 2021년 현재와 비교하면 20파운드 정도. 그러니까 연회비 10실링(0.5파운드)는 지금 돈으로 약 10파운드였다. 돈의 가치와 무게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온도 차가 있으니까 차지하고 단순 비교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6명의 회원이 모두 연회비를 냈다면 유학생회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지금 가치로 1년에 60파운드였다.
당시 회비를 얼마 거둬 어디에 사용했다는 등의 기록은 찾을 수 없어 아쉽다.
한인들이 모여 회비를 냈다는 최초의 기록이 1958년. 어쨌거나 그 이후로 한인회비는 쭉 있었고 이를 납부한 사람만 한인회장 피선거권을 주는 적어도 하나의 자격증이 됐다. 그런데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둔 2011년 가을에 한인회비가 기상천외한 신분 변화를 한다. 이때부터 한인회비를 낸 사람에게 한인회장 선거권이 주어진다. 세금 못 내면 투표권이 없는 형국이 됐다. 한인회비는 곧 선거권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선거권이 필요한 피선거권자가 이를 사들일 수 있다는 부작용 충분히 예견되지만, 이때부터 한인회장이 되는 인사들은 이를 고칠 마음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평소 거둘 수 없던 한인회비를 선거 기간에 몽땅 거둘 수 있는 유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악법도 법인지라, 선거철에만 회비를 내다보니 이제는 한인회비가 마치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전임 한인회에 주는 보상금 같은 성격이 됐다. 한인회비가 꾸준히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2년 임기 끝 선거기간에 한꺼번에 들어오고 불과 며칠 사이에 이 돈이 모두 사라지는 마법을 부린다. 한인회비를 낸 한인은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고 싶은데 깨끗하게 알려준 경우가 있었는지 내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결국 이번 한인회장 선거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더 많은 한인이 투표에 참여해야 더 많은 사람이 한인회에 관심을 두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말. 그것도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관심이 더욱 높아진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신임 한인회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도 꼭 마련했으면 한다. 처음 회비를 냈다는 1958년에서 63년이 지났다. 63년 전에도 이러지는 않았을텐데 왜 요즘은 한인회비를 어디에 썼다는 내용을 공표하지 않아 회비를 낸 한인들만 항상 궁금한 걸까.
한인회비를 쓴 내용이 없는 데도 오히려 당당하니 그 사용처가 더 궁금하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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