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간에서 숫자 ‘39’가 지독한 천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차량 번호판에서 휴대폰 번호까지 39가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심지어 나이를 말할 때도 “40세보다 한살 어려요”라고 한다는데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단지 숫자 39가 매춘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39번지 혹은 39호 아파트에 살았던 어떤 성매매업자에 대한 이야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추측일 뿐이다.
이는 숫자의 미신이다. 대부분 숫자의 미신은 역사적 큰 사건과 우연히 맞물린 숫자나 발음상 일치하는 숫자라고 이유를 갖다 붙여
근거없이 생성된 것이 대부분인데 아프간의 39 기피현상은 좀 독특하다.
발음과 일치하는 숫자에 의미를 붙여 좋아하고 싫어하는 숫자의 미신은 중국이 유독 심하다. 중국인들은 ‘돈을 벌다’라는 뜻의
한자(發財)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 ‘8’을 좋아한다. 북경올림픽 개막식을 8월 8일 8시 8분에 했다.그래서인지 영국
차이나타운에서는 사채 이자도 8부씩 엄청 비싸게 받는다. 중국에서 8이 많이 들어간 전화번호는 수억을 호가한다. 그런데 그들이
지독히 싫어하는 4가 많이 들어간 전화번호는 거의 공짜다.
중국인은 ‘죽을사(死)’자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4를 싫어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7도 싫어한다. ‘7’은 중국어로
‘치’라고 읽는데, ‘화를 낸다’고 할 때의 발음과 같다고 해서 꺼린다고 한다. 일본도 4를 싫어한다. 중국과 같은 이유다.
그런데 일본인은 7을 좋아한다. 영어권의 영향을 받았는지 '럭키세븐'을 좋아 한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담배는
'마일드세븐'이다. 발음상의 문제로 4를 싫어하면서 7에 대한 기호는 중국과 일본이 다르다.
4는 한국,일본, 중국에서 공히 천대받는 숫자다. 아파트에 4층이 없고 군부대에 4사단이나 14사단이 없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에서 4는 성스러운 수였다. 1, 2, 3, 4를 모두 더하면 10이라는 완전한 수가 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자기
이름에 4가 들어간 독일의 어떤 왕은 하루에 4끼 식사, 의복은 늘 4색, 마차는 4마리의 말이 끌도록 했다는 일화가 있다.
말하자면 문화권에 따라 혐오하는 숫자와 좋아하는 숫자가 다르다는 말이다.
종교에서도 간혹 숫자로 혹세무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코드에 666이 들어 있다며 인류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헛소리가 그런
경우다. 아프간에서는 기피하는 39번 번호판의 자동차를 헐값에 사서 아직 이런 소문을 모르는 다른 지역에 제값받고 파는
딜러들이 재미를 본다고 한다.
맹신하면 미신이 더 설친다. 숫자의 미신은 단지 미신일뿐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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