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나 한 사람의 SNS에 들어오는 소식만 모아도 이미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다. 그러니까 6종류 이상이 벌써 나왔어야 한다. 자랑스럽게 한국인이 개발했다는 소식도 있다. 정부 기관과 제약회사 사장들이 모여서 백신 개발을 논의했다는데 4월에는 나올 거라고 한다. 모인 적도 없다는데. 이런 소식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휴대전화에 온종일 전달된다. 가짜 정보를 퍼 나르는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실인 줄 알았다."
바이러스의 두려움에 갇혀 있으니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이런 분위기에서 가짜 정보가 활개 친다. 몸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아도 정신이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분위기다. 정보 감염증, 인포데믹 Infodemeic이다.
영국 한인사회에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잘못된 정보가 판을 치고 있다. 생강을 끓여 먹어라, 참기름을 몸에 발라라, 코로나19는 치료가 돼도 폐 손상이 너무 심각해 회복이 어렵다, 채소로도 바이러스가 옮길 수 있다. 등등 너무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라 소개하기 민망한 것도 많다.
물론 내가 받은 내용만으로 판단할 때 이런 정보를 퍼 나르는 이들이 악의적인 경우는 없는 듯 하다. 가짜 뉴스에 낚였다고나 할까. 불안 심리를 이용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악의적인 마케팅은 다행히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벼이 볼 일만은 아니다. 이런 인포데믹이 횡행하다 보면 언제 그런 사기 마케팅이 등장해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어 낼지 모른다. 문제는 인포데믹으로 사기꾼이 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사재기 분위기도 그렇다. 위기를 조장하고 불안과 혼란을 키우는 가짜뉴스가 크게 한몫을 했다.
정보 감염증, 인포데믹이 어떤 비극을 만드는지 바로 어제 한국의 어느 교회에서 극명히 보여줬다. 코로나19 대규모 확진 사태가 발생한 성남의 어느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소독한다며 입에 일일이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렸다. 이 사람 저 사람 소독한다고 뿌린 분무기가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 바아러스 대치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믿으면 이렇게 된다.
우리도 스스로 정보를 검증해야 하는데 정보를 퍼 나르는 우리 자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내가 퍼 나르는 이 정보가 정확한지, 출처가 어디인지,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정보가 아닌지 가려서 전달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불확실하면 아예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이것저것 정보의 진정성을 따져볼 수 있으나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 정보의 신빙성을 따질 겨를이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불안한 시절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기꾼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이 등장할 토양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인포데믹은 판데믹 Pandemi 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언젠가 백신이 개발되고 우리가 정복하겠지만 있지도 않은 불안과 공포를 우리가 만들어 내는 인포데믹은 치료 약이 없기 때문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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