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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엔 지역 교육청이 없다. 2010년 폐지됐다. 학교 장래와 학생 교육은 교장과 교사가 제일 잘 안다는 이유였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학교 정책은 지역 유지 중에서 선정한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하고 집행은 교장·교사가 한다. 공립은 예산만 지자체가 학생 숫자를 기준으로 금액을 배정한다. 그 예산이 항상 모자라 교장은 부족한 돈을 메우려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교육 평가는 2~4년에 한 번 영국교육기준청(Ofsted) 불시 감사를 받는다. 필자가 학교운영위원인 공립학교는 2018년 3월 감사 통보가 왔다. 다음 날 담당자 1명이 찾아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를 살펴본 뒤 결과를 현장에서 통보했다. 2014년 이후 처음 받은 감사이니 4년 만이었다.

 

사립학교는 더 자율적이다. 개교 579년 된 세계적 사학 명문 이턴 스쿨〈사진〉에는 특이한 전통이 있다. 졸업생 중 총리가 나오면 하루 휴교한다. 이번 보리스 존슨까지 총리 20명을 배출했으니 이턴 학생들은 그동안 선배 덕분에 학사 일정에 없는 휴일을 20일 즐겼다.

 

영국 사학은 학사 일정은 물론 학교 재정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학비는 부모가 못 내고 부자 할아버지가 내는 게 상식이라는 말처럼 거액이다. 연간 2만~4만파운드(약 3000만~4500만원) 정도다. 교과과정 3분의 1은 음악, 연극, 체육, 미술, 토론 같은 수업이다. 전국 사립학교 2500곳은 전체 학생 중 7%를 교육한다. 이 학교들이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 구성원 33명 중 21명을 배출했다. 영국 사립학교는 단지 학과목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곳이 아니다. 사회와 국가의 지도자를 키운다. 영국 사회에서도 사립학교 존재를 두고 계속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굳건히 유지되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엘리트 양성이 공교육만으론 부족하다는 국가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학교는 돌봐주는 부모 없이 혼자서 살려고 허덕이는 아이들 같고, 한국 학교는 자식 장래를 위해 뭐가 좋은지 내가 다 안다고 하는 독선적 부모가 과보호해 망가지는 아이들 같다. 각종 자립 특수학교 존폐를 교육감이 자신의 신념으로 독단 결정하는 걸 보고 든 생각이다.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보라여행사 대표. IM컨설팅 대표. 영국 공인 문화예술해설사.

저서: 유럽문화탐사(2015)

번역: 영국인 발견(2010), 영국인 재발견1,2 (2013/2015)

연재: 주간조선 권석하의 영국통신, 조선일보 권석하의 런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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