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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삶의 우선순위 감사

hherald 2019.07.15 14:54 조회 수 : 833

 

 

삶의 우선순위가 그의 인생을 말해 줍니다. 무엇을 먼저하고 무엇을 즐겨하는지, 그것으로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현대 문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이 너무도 분주합니다. 하는 일 없이 하루가 훌쩍 가버립니다. 시간은 마치 거대한 숲과 같아서 자칫 하면 방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영수증을 모아두고 한 번에 정리해야지 하면서 수북하게 쌓아 놓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구입했는지 막막해 질 때 즈음에 한 번에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기도 합니다.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길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삶은 이론적이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장식품도 아닙니다. 내가 살아내야 할 현실의 세계입니다. 무지개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인생을 꿈꾸지만 실상은 그러할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당연 다를 수밖엔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상을 현실로 실현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분명 느끼게 됩니다. 이상은 현실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그 현실은 다시 이상에 소망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상과 현실에 많은 차이를 느끼게 되면 삶의 우선순위를 망각하게 됩니다. 건강을 잃게 되면 먹고 싶은 음식도 없어지고 생각나는 음식도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인가 먹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외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에서 무슨 음식이 맛있었는지, 또 무엇이 먹고 싶었었는지 무념일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그 다음은 무엇을 하고, 또 그 다음은……. 그래서 어제 보단 더 효과적으로, 더 밝음으로, 더 희망찬 모습으로 삶을 산다는 것이 꿈만 같아집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을 때 그 다음날은 마음이 들떠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을 치우고 쓸고 닦는 그 신선한 마음이 그리워집니다. 처음 노트를 구입하였을 때 정성스럽게 작은 글씨로 빼곡히 써내려가다 절반도 쓰지 않아 성의 없는 글들을 휘갈겨 쓰다 끝내 채우지 못한 노트들이 한 가방이나 됩니다. 처음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 먼지 하나 묻지 않도록, 문을 열기 전엔 반드시 자동차 한 바퀴를 돌아야 운전했던 그 생동감 있었던 마음도 이젠 숨을 죽이고 깊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모르면서 다 아는 척 해야 하고,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척해야 하고, 성공하지 않았으면 성공한 척하다 보니 삶의 탱탱한 숨결을 상실하게 됩니다.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망각한 시대에 내 자신이 너무도 깊숙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허울만 좋을 뿐이니 실속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 앞에 목 놓아 울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언젠가 잘할 수 있겠지, 언젠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겠지, 언젠가 영국인들과 막힘없이 인생을 논할 수 있겠지, 언젠간 이십년 가까운 자동차를 버리고 MOT 통과를 위해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신형차를 탈 수 있겠지, 언젠가 전기세를 걱정하지 않고 추운 날 전기장판을 마음 놓고 틀고 잘 수 있겠지. 그러면서 현실은 점점 더 멀게 만 느껴지기에 마음이 굳어져 가고 활짝 웃었던 미소도 사라지고 작은 소리에도 분노하여 노여움을 타게 되는 현실적인 삶 앞에 통곡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몸과 마음이 굳어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감사가 우선순위가 아닐까요. 내게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그 순수한 마음, 가족에 대한 감사,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국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가 아닐까요. 큰일을 하고 무엇인가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달리기 위함 보다 본질적인 감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현실에 자족할 수 있는 그 마음이 위대한 삶을 만들어 가리라 믿어집니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노신사와 대화하는데 어린 목사에게 진솔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목사님, 아침에 눈을 뜨면 과거에 없었던 것을 최근엔 합니다. 그것은 하루를 더 살게 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그의 삶은 살아 온 것에 대한 감사로써 정리하셨습니다. 감사 안에는 회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지난 날 열심히 살아 왔기에 지금의 편리함과 경제적인 부를 누릴 수 있음에 대한 감사입니다. 그러면서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것에 대해 회개하는 삶으로 인생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감사 없는 삶이란 모래위에 지은 집과 같아서 성공한 듯, 부지런히 살아온 것 같지만 그 집은 무너지도록 되어 있는 것이지요. 감사를 말할 수 있고, 비록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현실에 자족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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