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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릅니다. 같은 형제라 할지라도 그릇의 크기가 같을 수 없습니다. 그릇의 크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운명주의자들은 타고난다고 주장합니다. 그릇의 크기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합니다. 그릇의 크기가 아니라 그릇을 키울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공평하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공장에서 악독 기업주를 만나서 숨을 죽이며 일을 할지라도 어떤 이는 그곳을 발판 삼아 자기 그릇을 키우는 일을 했으며, 어떤 이는 타고난 좋은 환경일지라도 그 환경으로 인하여 오히려 작아지게 한 이도 있게 됩니다. 

그릇이 키워진다는 것은 온실 속에서는 키워질 수 없습니다. 비바람을 맞으며, 세찬 태풍과 맞서서 앞으로 나아갈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릇은 키워집니다. 그릇이 키워지는 것은 어느 한 순간의 사건이 아닙니다.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마음의 동요는 일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그릇이 키워졌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릇이 키워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잔인한 일입니다. 결코 평범하게 시간만 보낸다고 해서 그릇이 키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의 역사는 자기 그릇을 키우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평하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 자기 그릇을 키우지 못했다면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며 불평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릇의 크기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그릇의 크기는 무엇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있는지 그 소유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것을 베풀어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책임감에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노숙인들은 세상을 향한 책임감이 없습니다. 그저 하루 먹을 것 만 있으면 됩니다. 

책임감은 그릇의 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과 상관없는 나라 백성들이 자연재해의 고통을 당할 때 눈물 흘리며 물질을 보내고 그곳으로 달려가 애통함으로 그들을 돕는 자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많아서가 아닐 것입니다. 돈이 많아서도 아닐 것입니다. 그들을 돕는다 하여 결코 자기 이익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 손해를 보며, 심지어는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그곳으로 달려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릇의 크기 때문입니다. 그 그릇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 그것이 그의 그릇 크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검증하게 됩니다. 

 

목숨을 걸고 실천해야 할 꿈 없는 사람이 동창회를 다녀왔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자신보다 별 볼일이 없던 친구가 시집 잘 가서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반 지하에서 월세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속으로 결심 했습니다. ‘그 친구 보다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할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뽐낼 것이다.’ 그녀의 꿈은 평수 넓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허리띠를 졸라 맺습니다. 결국에는 그 친구보다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기쁨에 들떠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시 동창회를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친구는 화장실이 두개나 되는 아파트에서 동창회를 했습니다. 또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넓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젠 화장실이 세 개나 되는 대궐 같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생을 하여 결국에는 화장실이 세 개가 달린 대궐 같은 아파트로 입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동창회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그를 영원히 동창회에 참석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가 이 땅에서 몸부림 했던 것은 평수 넓은 아파트, 화장실 세 개 달린 대궐 같은 아파트뿐이었습니다. 그의 마음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그것을 꺼내 보면 그릇의 크기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녀는 세상의 그늘진 곳을 책임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가끔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저 안타까움으로 동전 몇 개를 던져 주었을 뿐입니다.  

 

주어진 상황, 환경에서 자기 그릇을 키우지 못하게 되면 세상이 불공정하게만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발견하게 되면 서슴없이 돌을 던지게 됩니다. 세상은 공평할 수 없습니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동시에 공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질서가 있으면 무질서가 동시에 공존해야 합니다. 그래서 밝음이 어둠을 섬기게 됩니다. 질서에 속한 자들이 무질서에 속한 자들을 도와야 합니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소외된 사람들, 책임져야 할 세상의 그늘과 어두움, 아픔과 고통의 신음소리에 외면하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했다 할지라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그릇의 소유자일 것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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