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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설날의 의미

hherald 2019.02.03 17:19 조회 수 : 700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새해의 명절인 설날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 보다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처음 영국에 와서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은 영국 휴일 제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아이가 월요일인데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했습니다. 영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이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가 그날이 ‘뱅크 홀리데이’라는 것입니다. 은행이 쉬는 날인데 왜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일까 의구심을 품으며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등교해 봤습니다. 아이의 말대로 학교 문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서야 영국에서 맞는 휴일의 개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국은 지금 구정 명절입니다. 먹을 것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풍족한 이 시대에 명절의 의미는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명절을 맞이하기 위해 목욕 제배를 하고 먹지 못했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설렘과 명절에만 입을 수 있는 새로운 옷인 설빔을 입을 수 있는 기회의 특소를 누릴 수 있었던 그 옛날의 명절 분위기와 현대의 명절 분위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명절은 가족에 대한 기다림,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벗과 지인들과의 만남,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풍요로움으로 살가운 추억을 안겨줍니다.

 

현대는 명절 풍속의 중심인 한복을 차려 입고 어른에게 세배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설렘은 사라졌습니다. 외국에 살고 있으니 명절이라는 날만 기억될 뿐이지 명절이 주는 감흥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한국의 문화가 완전하게 몸에 배인 기존 세대일 경우는 명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겠지만 영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명절은 불편한 가족 행사로 느껴질 수 있게 됩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명절에 대한 의미는 매년 다르게 느껴집니다. 일 년 동안 대 명절인 설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듯 했던 그 옛날의 명절에 대한 풍속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물질문명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죽이고 있게 됩니다. 명절에 먹는 음식, 입을 수 있는 옷, 만날 수 있는 만남이 명절이 아닌 평상시의 날에도 가능하기 때문에 명절에 대한 기다림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귀소본능이 가장 강력한 이유일 것입니다. 짐승들도 그러한 본능이 있다지만 인간에 비하면 가히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귀소본능은 어느 장소에 대한 간절한 소망만은 아닙니다. 그러한 소망이 명절을 만들어 냈으며 출생의 땅으로 후손들을 집결시키는 힘입니다. 명절이 그리운 것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요, 고향의 그리움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가장 진실함을 추구합니다. 그 본질에 때가 묻게 되면 세상과 타협을 하여 적당한 인간적인 삶의 타협점을 찾게 됩니다. 고향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 인생이 시작된 곳이 고향입니다. 고향을 버리는 것은 고향에서 받은 상처 때문입니다. 다시는 그곳을 갈 수 없을 만큼 마음의 고통이 크기 때문에 고향을 스스로 버리는 이들도 적지 않게 됩니다. 그럴지라도 마음에 깊이 자리 잡은 고향의 맛과 그리움에서는 벗어 날 수 없게 됩니다. 고향을 망각한다는 것은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설혹 삶의 환경이 고향을 망각하게 할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향을 잊어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고향을 망각하는 동시에 인간성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군사 정권시절에는 음력설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국가적으로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가슴에서 숨 쉬는 설날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인 구정이었습니다. 설날은 구정뿐이었습니다. 양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은 그냥 새해의 시작일 뿐이지 그날이 설날이 되지는 않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은 조심해서 걸어야 합니다. 부정한 것은 보지 말아야 합니다. 안 좋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덕담을 주고받게 됩니다. 음식도 정결한 것을 먹어야 합니다. 의복도 새것을 입거나, 새것이 없을 경우 세탁해서 새것으로 만들어 입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설날은 명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날입니다. 새롭게 되는 날입니다. 잃었던 순수성을 찾는 날입니다.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세워주고 융합하여 하나가 되는 날입니다. 가난한 사람도 없고 부자도 없는 평등의 날입니다. 원망 받을 만한 일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여 이웃과의 관계 회복이 있는 좋은 날입니다. 인간의 양심에 묻은 찌든 때를 벗겨내는 날입니다. 영국에서는 설날이 주는 설렘의 만남과 행사는 없을지라도 설날의 의미가 날마다 반복되었으면 합니다. 서로를 용납해 주고 용서해 주고, 같은 민족이기에 믿어주고 보듬어 주어서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운 날이 매일 매순간 반복되는 설날이기를 고대해 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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