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딸이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렸다가 체포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치매 노인은 자기 이름, 주소 등 아무것도 몰랐지만 딸의 이름만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전산망으로 이름을 조회한 경찰은 아버지를 유기한 딸을 잡았다.
일본에서 부모를 버리는 풍습을 '오바스테'라고 한다. 나가노 지역에는 오바스테라는 산이 있는데 늙은 부모를 유기한 전설이 전해진 곳이다. 전쟁이 나 젊은이를 전쟁터로 보내고 기간이 길어지니 군량미를 비축하려 60세 이상 노인을 산에 버리라고 성주가 명령을 내렸다. 마을 사람 모두가 노부모를 오비스테산에 유기했다. 가쿠타로라는 사람도 늙은 어머니를 업고 오바스테산을 올랐다. 업힌 어머니는 길가 나뭇가지를 꺾어 아들이 내려갈 길 표시를 했다. 아들은 노모를 다시 업고 내려와 집에 구덩이를 파고 숨겨 봉양했다. 마을 촌장이 알았다. 후환이 두려웠던 그는 성주에게 알렸다. 성주에게 잡혀간 아들과 노모는 성주가 낸 수수께끼를 푼다. 문제는 ‘재를 꼬아 밧줄을 만들어라’ 답은 '밧줄을 태운다' 등이다. 노인의 지혜를 안 성주는 오바스테 풍습을 거둔다.
비슷한 것으로는 가난에 지쳐 입을 하나라고 덜고자 늙은 부모를 산에 버렸다가 다음날 후회하고 다시 모셔왔다는 얘기가 있다. 산에 3대가 오른다. 아들이 지게에 아버지를 지고 버리러 갔다가 내려올 때 손자가 지게를 챙겨 내려온다. 지게는 필요없다, 그냥 두고 가자, 하니까 다음에 아버지 버릴 때 쓰려고 한다, 대답하니 얼른 후회하고 노부를 다시 모시고 내려갔다는 얘기다.
이런 얘기가 왠지 기시감이 드는 건 뭘까. 우리에게도 고려장이란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익히 들어왔던 얘기였기 때문일까. 그런 설화 같은 스토리(부모를 버리러 갈 때 지게를 사용했든 달구지를 사용했든)는 들었지만 우리 역사에 '고려장'은 없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부모를 버리는 풍습이 한반도에 있었다는 기록은 일본인이 쓰거나 한반도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외국인이 일본인의 얘기를 듣고 쓴 글에만 나온다. 우리 민족이 쓴 기록은 없다.
그래서 일본의 이야기를 우리나라의 이야기로 꾸며 우리 민족을 비하하려 했거나 고려청자를 비롯한 부장품을 노려 무덤을 도굴하려 그런 여론을 만들었다는 설이다.(이 시절 일인들 사이에는 한반도 무덤을 도굴하는 것이 붐이었다고 한다) 부모를 버린 불효자의 무덤을 파헤쳐도 된다는 식이었다.
일본은 가난에 지친 젊은 세대가 늙은 부모를 유기하는 기로棄老 설화가 분명히 있다. 천륜天倫을 저버린 현대판 ‘오바스테’는 숲이나 깊은 산 속이 아닌 도심에 있는 자선단체나 병원 앞에 부모를 내려두고 자취를 감추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굳이 비하해서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이런 풍습이 없었다. 있지도 않았던 풍습을 현대판 '고려장'이란 이름으로 끄집어내는 사례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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